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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50일 동안은 아마 예수님 아니 석가, 공자님이 계셨더라도 지지율 올리기 힘들었다."

노무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재 의원은 이런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후보단일화론에 대해 "대단히 델리케이트한 문제"라며 "지금 후보단일화론을 이야기하면 그 자체가 노 후보의 지지율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 후보의 직계사단이라는 8개 본부장, 2명의 정치특보, 1명의 정치고문, 비서실장, 이 사람들은 대단히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으로 막판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김 의원은 정몽준 의원에 대해 "상호 모순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북한과의 교류협력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 반해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나 대기업 정책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 의원은 아무 것도 정리돼 있지 않은 채 총론만 이야기할 뿐"이라며 "나는 솔직히 정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이 지금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도 후보단일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김 의원은 "옆으로 가면서 슬슬 뺏으려고만 하는, 꼭 컨닝하는 심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 시기 후보단일화 주장에 대해 "법과 정도와 원칙에서 대단히 벗어난, 일종의 정치공학적 시도"라며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야당이 될 각오를 가지고 뛰는 것이 오히려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 중 3분의 1 정도는 "10월 중순까지 노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태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0월말까지의 지지율 회복 목표가 25%다. 요 몇 주 비상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이뤄낼 것이다. 그러면 11월 20일 정도에 28∼29%, 30%를 육박하게 된다고 본다. 이는 자연히 정몽준의 하락을 의미한다. 두고보라. 우리가 84일 동안, 하여간 사력을 다해서, 우리 멤버들이 거의 당사 근처에서 24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두고봐라, 10월 말까지 지지율 25%로 올린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추석 때 돌아본 민심은 어땠는가.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민주당 후보로 확실히 뛸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몇 가지 들쭉날쭉한 여론조사가 있긴 하지만 노 후보의 지지도는 21.5% 정도, 우리당 지지도보다 0.8% 정도 낮은 게 정확하다고 보는데,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미 완전히 10% 이하로 내려갔으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150일 동안 아마 예수님 아니 석가, 공자님이 계셨더라도 지지율 올리기 힘들었다."

- 왜 그렇게 보는가.

"당이 그렇게 흔들리는데 누가 거기에 표를 주려고 하겠나. 뻔하다. 문제의 시작은 노 후보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 갑자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니까 좀 얼떨떨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처음에 국민경선제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노 후보가 정식 후보로 당선되리라는 것을 낙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도 그랬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말해 무엇 하는가.

인간 노무현은 대단히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혹시 내가 부족하면 검증 절차를 다시 해도 좋다고 한 거다. 솔직하게 이런 말도 했다. 자기 밧데리가 충분히 충전이 안 된 것 같으니까, 한번 더 하는 과정에서 충전을 더할 수 있고, 행여 잘못 되더라도 그 결과에 순응하는 입장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어줬다. 그런데 정치적 반대자들은 그것을 악용했다."

-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영남 후보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아직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노 후보의 개인적인 어필이 부족한 점도 있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경남의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김대중 대통령의 양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노 후보가 진짜 자기 나름의 개성과 전략, 경륜을 가진 우리 지방 아들이라는 신뢰를 가지게 된다면 부산경남의 인기는 수직상승하리라고 생각한다. 거의 40% 가까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내가 그쪽에 강연이나 세미나 참석차 간 적이 있는데 미미하나마 그런 징후를 발견했다. 아니 미미하지 않고 상당히 구체적인 징후를 발견했다."

- 구체적 징후가 무엇인가.

"전략상 문제로 공개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조만간 그 이야기는 나올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나는 부산에서 항상 '당신네들이 노무현 귀한 줄 모른다'고 역설하고 다녔다. 만약 노무현이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제일 첫번째는 경상도와 전라도가 동시에 협력해서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광주 사람들이 대단히 정치적으로 세련된 선택을 해줬다. 광주 유권자들은 지역적 연고에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의 후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책적 지향에 따라 DJ와 가장 비슷한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과감하게 정반대의 지역인 노무현을 선택했다.

그것이 경상도 부산 유권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자, 우리는 이렇게 노무현을 선택했다. 이 시대를 개혁으로 끌어가기 위해서. 그러니 너희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동참해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지역감정을 극복하자."

"부산경남 지지율 수직상승할 구체적인 징후 있다"

- 아직도 당내 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지지부진하게 혼란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이제 끝난다. 터널 끝이 보인다. 곧 빠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는 3김의 카리스마 정치였다. 3김 대 군사정부, 또는 3김 스스로의 경쟁, 이런 식이었다.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일반 정치인들도, YS나 DJ나 JP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밑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심정적으로 굉장히 편해. 이 양반은 정치자금도 장악하고 있고, 공천권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정권을 잡아서 권력의 배분도 해주고, 생사여탈을 다 가지고 있단 말야.

그런데 이제 그런 권위주의적 시대가 지났다. 보통 사람들이 끌어가는 21세기의 소위 디지털 정치는 눈높이를 맞추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할머니·할아버지가 구부리고 앉아 있으면 위에서 군림하듯이 악수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악수하는 눈높이. 그런데 리더에 순응했던 정치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왜냐면 자기의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나는 국민경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노 후보에 대해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그리 밀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선을 하면서 보니까 '아, 이 양반이 매우 비범한 사람이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이인제가 상대가 안 되는구나, 이인제가 밀리는구나'. 이인제가 얼마나 당당했는가. 그런데 나는 현장에서 그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이인제가 별 준비도 돼 있지 않은 노무현에게 비실비실 쓰러지는 것을 역력히 보았다. 그 참 묘하더라. 그래서 나는 노무현 후보가 새 시대를 끌어가는 다정한 우리의 대표, 눈높이 지도자로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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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후보단일화론이 부상하고 있다. 10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84일 남았다."

- 마지막 고비로 보이는데, 단일화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는가.

"그것이 대단히 델리케이트한 문제인 것이, 우리 같은 사람이 지금 후보단일화론을 이야기하면 그 자체가 노 후보의 지지율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노 후보의 직계사단이라는 8개 본부장, 2명의 정치특보, 1명의 정치고문, 비서실장, 이사람들은 대단히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지역적으로도 잘 배분돼 있다. 가신처럼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사람도 없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사람이다."


"당내 혼란은 권위주의 시대에 익숙했던 탓"

-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몽준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모른다. 나는 비교적 많이 아는 사람인데, 정몽준이라는 사람은 굉장히 상호 모순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 예를 들면?

"자기 형님이 금강산 관광을 해서 그런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 반해 생산적 복지,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 특히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들쭉날쭉하다."

- 정 의원의 지지율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이 11월 말까지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이미 지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 정 의원은 아무 것도 정리가 돼 있지 않다. 총론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것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솔직히 그 사람이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이 지금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려. 진심이다.

사실 나는 처음에 무엇을 원했냐면, 우리 민주당에 반노나 비노가 꽤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한번 깨끗이 붙어라. 노 후보도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가 이기면 더욱 좋고, 자기가 지면 선대위 위원장으로 뛰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그런데 안 들어온단 말이야.

내가 여러 사람을 통해서 열심히 설득했다. 심지어 그쪽에 연락하는 사람이, '그러면 당신도 지지할 거냐'하길래 '아니 나는 그럴 수는 없는데 지지할 사람 많소', 실제로 많지 않은가. 그래서 깨끗이 다시 국민경선 붙어서 해보자. 그러면 온갖 포커스가 다 올 것 아닌가. 안 하려고 그래. 꼭 옆으로 가면서 슬슬 뺏으려고만 하는데, 꼭 컨닝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근거로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을 드는데.

"세대간의 중복은 있지만 그 세대 안에서 지지하는 계층은 다르다고 본다. 노무현 지지층은 20∼30대에서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이고, 정몽준 지지층은 소위 붉은 악마로 정 의원의 뜬 인기에 확 휩쓸려갔던 사람들이다. 나는 그 안에 정몽준의 사상, 태도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품이 많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노 후보 지지층과 정 의원 지지층은 다르다."

- 후보단일화에 대해 노 후보는 점점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는 데 비해 정 의원은 다소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이 정 의원은 26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남의 당의 이야기에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그것도 신사답지 못한 발언이다. 그것도 컨닝하는 심리하고 같은 것이다. 남의 것 빼앗겠다는 것 아닌가. 인생을, 정치를, 컨닝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민주당과도, 한나라당과도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말한 정 의원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가. 즉,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하겠다. 나는 정몽준 후보가 끝까지 제3후보로 출마를 강행할 경우에도 자기의 선친(정주영) 이상의 표를 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마를 안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는 위기 관리 능력을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다.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자기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이슈가 터질 경우에는 충격적으로 말에서 내려버리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고 내가 이 당 후보도 될 수 있고, 저 당 후보도 될 수 있고… 얼마나 큰 오만인가. 말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타협을 안 하기 때문에 아예 야당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는데, 나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겠다. 우리가 원칙과 법통을 지켰는데도 그것이 국민에게 설득되지 못해서, 감동을 자아내지 못해서, 설사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그런 입장, 즉 필요하다면 야당이 될 각오를 가지고 뛰는 것이 오히려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회창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정몽준이 되더라도 이회창이 되면 안 된다고 이 시대를 보는 것인데,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 노무현 후보가 충분히 사람들에게 좋은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사실이 각인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두고보라. 우리가 84일 동안, 하여간 사력을 다해서, 우리 멤버들이 거의 당사 근처에서 24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불리하다. <조·중·동>은 완전히 우리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가 차라리 믿는 것은 인터넷과 네티즌 등 젊은 세대다. 그리고 기존에 선거를 하면 돈을 500억, 1000억 마음대로 썼는데, 우리는 그런 돈이 없다. 그래서 이 역사에 돈을 쓰지 않는 선거의 새로운 기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뛰어온 사람이 인기가 좀 오른다고 해서 그 사람과 타협해라? 그건 곤란하다."

- 정 의원의 지지율이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단일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논리적으로 말하면 그 말이 옳다. 그때쯤은 노 후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전략과 원칙을 세우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섣불리 하는 것은 노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르긴 몰라도 노 후보는 끝까지 갈 것이다."

"정몽준은 컨닝 심리…상호 모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단일화론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데….

"몇 명이나 있다고 보는가."

- 김 의원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냉정하게 얘기하면 한 3분의 1 정도 될 것이다. 다른 한 3분의 1 정도는 조용하게 있지만 끝까지 (노 후보로) '고(go)' 할 사람들이다. 나머지 중간에 한 3분의 1 정도는 10월 말까지 노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태도를 결정할 것이다.

그래서 10월말까지의 지지율 회복 목표가 25%다. 요 몇 주 비상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이뤄낼 것이다. 그러면 11월 20일 정도에 28∼29%, 30%를 육박하게 된다고 본다. 이는 자연히 정몽준의 하락을 의미한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의원들 중에 당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한 10여명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가지고 안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의사를 곡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들의 그 행동이 법과 정도와 원칙에서 대단히 벗어난, 일종의 정치공학적 시도라는 점이다. 나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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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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