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현 자운대 군 골프장 예정 부지 또는 인근에서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1984년 이곳에서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전일보 기사.
ⓒ 심규상
육군본부가 추진중인 자운대 골프장 예정부지내에서 자연형 습지가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이곳에 멸종위기 보호야생식물인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유병환씨(53, 대전광역시 서구 갈마동)는 "지난 1984년 현 자운대 군 골프장 예정 부지 또는 인근에서 고란초 자생 군락지를 직접 확인 했다"며 "골프장을 만들기 전에 자생 여부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씨는 "1984년 당시 추목동 논 옆 야산 계곡 바위아래 10여평 정도의 면적에 고란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며 "선친(유문근,당시 64)의 안내로 지방일간지 사진기자가 현장에 동행했었다"고 설명했다.

유씨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 경 산림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부친이 충남인근 산야를 다니다 이곳에서 우연히 고란초 자생지를 발견했으나 훼손을 피하기 위해 비밀로 해왔다. 그러던 중 1980년 대 초경 대상 부지가 국방부로 편입된 후 각종 개발사업이 시작되자 고란초 보호를 위해 자생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는 것.


관련
기사
군 골프장 환경검사 제대로 안 받아

▲ "이런 암벽에 고란초가 붙어 있었습니다" 추목동 일대에 고란초 자생 가능성을 제기한 유병환씨(53)
ⓒ 심규상
유씨는 부친이 현장확인 당시에도 훼손을 우려해 사진기자 한 명만을 동행했고 주변 지형이 알려지지 않도록 근접촬영만을 허용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주장대로라면 1960년대 초부터 최소 1984년까지 이곳에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었음이 확인 된 셈이다.

실제 당시 대전일보(1984년 3월 16일)에는 고란초 사진과 함께 '대전 근교서도 고란초 자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은 기사 전문.

'대전근교에서도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대전시 중구 갈마동에 살고 있는 주민 유문근씨(64)가 20년 전 산림과 공무원으로 재직당시 우연히 대덕군 탄동면 지역을 돌아보다 발견, 그동안 이 사실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 본사에 알려옴으로써 밝혀진 것.
대덕군 탄동면 추목리1구의 야산 언덕아래 약 8평 정도의 면적에 분포돼 있는 이 고란초는 그동안 충남지역에는 금강유역인 청양군 목면 신흥리에서 부여지방에 이르기까지 암벽주위에서 주로 분포돼 있었다' (대전일보 1984년 3월 16일)


관심의 촛점은 현재 자생여부.

▲ 목원대 심정기 교수는 "군 골프장 예정부지는 고란초가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자운대 군골프장 예정부지.
ⓒ 심규상
<오마이뉴스>는 유씨와 함께 수 차례에 걸쳐 유씨가 지목한 골짜기(골프장 예정부지)와 인근 지역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고란초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유씨는 "해당 구역이 넓고 주변 지형이 많이 변해 20년 전 기억에 의존해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선친이 지난 1996년(당시 76) 작고 당시까지 고란초 발견 위치를 적은 메모지(유품과 함께 소각했다 함)를 소중히 간직해 왔고 생전에 고란초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없었다"며 "인위적 훼손만 없다면 자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유씨와 함께 현장조사를 벌였던 목원대학교 생물학과 심정기 교수도 "주변 환경은 고란초가 자생하기 좋은 환경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자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란초는 계곡의 그늘진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상록 다년초로 국내에서는 제주 돈내코 계곡과 부여 고란사 암벽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 존재하고 있어 환경부로부터 희귀 법정 보호식물로 지정돼 있다.

유물,유적에서 자연 습지 그리고 고란초까지
자운대 골프장 건립 새 국면

▲ 군골프장 예정부지 인근 상세도
자운대 군 골프장 예정부지내에서 자연습지가 발견된 데 이어 멸종위기 식물인 고란초 서식 가능성마저 제기됨에 따라 육군본부의 골프장 건설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육군본부는 지난 해 6월 자운대 골프장 부지를 확정했으나 지역 주민 및 환경단체의 반발에 직면한다. 하지만 육군본부는 '계획대로 추진'키로 하고 대전시에 도시계획시설결정 협의를 요청했다(2001년 12월).

하지만 얼 상반기 대상부지 내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를 비롯 석관묘와 지석묘 등 선사시대 유적과 유물이 다량 출토됐고 이 때문에 도시계획시설결정 협의가 반려됐다.

육군본부는 문화재 발굴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지난 7월 말)

이에 따라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10일 골프장 건설 건에 대해 '골프장을 지어도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때문에 육군본부는 남겨놓은 <도시계획결정>이 무난히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상부지의 상당부분이 전형적인 '계곡형 또는 묵논형 자연습지'로 보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여기에 더해 희귀 보호식물인 고란초 서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까지 보태졌다.

육군본부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인 셈이지만 인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이를 계기로 해당 부지에 골프장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며 반대운동의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환경단체는 골프장 예정부지에 대한 전면적인 '습지생태계 조사'를 비롯 '고란초 자생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육군본부는 '습지 생태계조사'와 '고란초 서식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지를 판단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으며 대전시 <도시계획의 결정>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심규상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