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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대교 광장 위령제에 참석한 관광객들
진도대교 광장 위령제에 참석한 관광객들 ⓒ 김문호
남도의 끝자락 작은 섬 진도에서 세계인류평화를 기원하는 제6회 진도평화제가 열렸다. 평화제는 바다에서 전쟁으로 인해 이름 없이 죽어간 세계 각국 젊은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여 민족의 화합을 소망하는 기원제다. 그래서 동북아 해전의 중심지 울둘목이 위치한 진도 앞 바다에서 전사자들의 혼을 건져 올려 그들을 달래고 천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후삼국시대인 서기 909년 태봉국 왕건과 후백제 견훤 휘하의 병사들이 맞서 싸운 벽파해전, 고려정부가 몽고에 항복하여 치욕을 감내 했던 1270년, 삼별초 진도 독립정부 수립후 여몽 연합군과의 공방전으로 희생된 수많은 민중들, 1597년 일본의 문화제 침탈 전쟁으로 평가되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대첩승리로 일본 해병들의 수장과 진도 의병들의 죽음, 가까이는 1894년 동학항쟁의 최후 격전장이었던 진도에서 의병들의 죽음, 진도는 물론 한반도 전역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전사자들의 원혼 섞인 한으로 얼룩져 있다.

배중손 사당에 헌배하는 진도평화제 박주언 추진위원장
배중손 사당에 헌배하는 진도평화제 박주언 추진위원장 ⓒ 김문호
이런 원혼들을 진도 특유의 혼건짐 굿으로 영혼을 불러와 씻김으로써 원한에 사무친 영혼들을 달래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여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라는 축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도평화제는 죽은 자들을 위한 축제의 성격이 짖다.

그래서 죽음과 공포의 바다, 전쟁의 바다가 인류에게 풍요를 안겨주는 평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선언한다. 지방자치 실시 후 지방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축제 남발과는 달리 진도평화제는 순수 민간인이 전체 행사를 주도하는 민간축제여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지난 16일 저녁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에 있는 삼별초 장군 배중손 사당에서 배중손 장군과 고을 수호신께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빌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도당제로 서막이 올랐다.

굴포리는 배중손장군이 여몽연합군과 접전을 벌이다 제주도 퇴각을 위해 후퇴하다 최후를 마친 곳으로 조상 대대로 정월 대보름날 저녁 당 할아버지를 위한 동제를 모시는 곳이다.

영호남 수필 진도대회에 참여한 문인들
영호남 수필 진도대회에 참여한 문인들 ⓒ 김문호
영호남 수필문학 대회

동서화합을 위한 수필문인들의 만남이 평화제 기간인 17일 오후 3시 향토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울산, 대구, 부산 광주, 전남, 전북 문인으로 구성된 영호남 수필인 300여명이 참석, 제12회 '영호남수필집' 출판기념식 및 제6회 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영호남 문학상 대상에는 울산광역시 수필문학회 권비영 회원이 쓴 〈호남 땅에 대한 추억〉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 심사를 맡은 김학래 심사위원장은 “경상도에서 나서 경상도에서만 살아온 작가가 전라도 땅을 돌아본 뒤 자신의 감정을 소박하게 작품 속에 담아내어 영호남 수필문학의 목적과 취지에 부응한 것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일본 아이누족 제사를 집도하는 가무라씨
일본 아이누족 제사를 집도하는 가무라씨 ⓒ 김문호
조영남 영호남수필전남 지회장은 “세계평화를 비는 진도평화제 기간에 이곳 진도에서 수필문학 대회를 갖게됨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300여명의 많은 회원들이 참여한 것에 고무된 듯“우리 영호남 문인들의 한마당 굿판, 대 흐름은 더욱 영원할 것이다" 환영했다.

영호남수필 영남문학회 한영자 회장의 답사에 이어 한국예술원 차범석 회장은〈인류평화와 문화〉라는 주제강연에서 차 회장은 “21세기는 문화의 해라고 정부는 일찍이 규정했다”면서 문화란 무엇인가. 쓰레기 문화, 포르노물을 문화 테이프라고 하여 문화를 남용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문화란 어렵지도 귀하지도 않은 일상적인 삶의 규범들이 문화로 정착된다. 시-서-화는 문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스포츠도, 시장터 아줌마의 이야기도 하나의 문화이며 생명의 보전, 직업, 일을 통해 얻는 보람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삶의 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여건이 조성된다고 강연했다.

아이누족 고유 의상을 입고 뭇구리를 연주하는 모습
아이누족 고유 의상을 입고 뭇구리를 연주하는 모습 ⓒ 김문호
영호남문인들은 진도군립예술단의 '토요민속공연'을 관람한 후 예술단 공연을 통해 본 진도토속문화의 우수성에 혀를 내둘렀다.

이후 늦은 저녁 10부터는 진도문인협회 소속 타래시 주관으로 까페 예림에서 진도출신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져 시원한 호프를 곁들인 대화는 밤 깊은 줄 몰랐다.

현재 진도에서 생활하며 소치의 일대기를 담은 '꿈이로다 화연일세'의 작가 곽의진과 23년만에 열리는 의문사의 타임캡술 '파란 비'의 작가 박종규, 지난 5월 '전대(纏帶)'을 탈고한 진도한참사의 딸 한동엽 작가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황하택(광주) 문인협회 회장은 "지난해가 한국 문화의 해였다면 이제는 지역문화선포의 해로 지정해야 된다"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전사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혼건짐 굿
전사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혼건짐 굿 ⓒ 김문호
해전 전사자를 위한 위령의 밤

해남, 진도를 연결하는 진도대교의 녹진광장은 17일 오후 8시 진도연예인협회의 위령음악회로 술렁이고 있었다. 영호남 수필문학인을 비롯한 일본 문교대학생, 북해도 아이누족 대표를 포함한 관광객 150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전남 순천에서 활동하는 강신무 오신숙의 신들린 몸놀림으로 표현한 죽은 자와 산 자의 화합을 위한 천지신명께 비는 기도. 광주교육대학 김현숙 교수의 패배하고 좌절한 넋의 위로를 위한 가야금산조, 일본 북해도 아이누족 제사로 이어졌다.

아이누란 사람, 인간이란 뜻으로 이들은 사람이 사는 조용한 대지인 아이누 모실에서 수렵생활과 감자 등 작물을 가꾸며 생활하는 평화로운 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과 동화정책으로 아이누족 문화는 급속히 일본문화에 동화되어 갔다. 지금도 아이누족은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누족이 진도평화제와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진도출신 동학혁명군의 유골이 북해도에서 발견되면서 진도평화제에 참여했다. 아이누족 민족대표 가무라씨는 "일제시대 일본에 강제징용 되는 등 한국과 아이누민족은 동질성이 많은 민족"이라며 "일본의 해전 전사자는 물론 동학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평화제에 참여했다"면서 아이누족 제사를 집도했다.

그는 또 "평화제는 민족의 개념을 뛰어넘어 전쟁으로 인해 죽은 자들의 영혼을 함께 위로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내년에도 반드시 다시올 것을 다짐했다.

진도 박순심 무당의 물에 빠진 영혼을 불러내는 혼건짐과 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진도씻김굿을 통해 망자의 넋을 위로했다.

합동 출상하는 장면
합동 출상하는 장면 ⓒ 김문호
진도만가 행렬

개인이 주관한 행사진행은 홍보 부족 등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관을 배제한 100% 민간축제라는 부분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행사의 클라이막스를 위한 합동 상여출상은 18일 오전 11시 진도초교에서 상여 3기가 발인하여 진도만가 보존회들의 상여소리와 함께 진도읍 시가지를 행진, 향토문화회관 도착, 일본 교오도 문교대학 야스다 교수와 학생 20여명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동 위령제로 이어졌다.

전사자의 위패를 앞에 놓고 합동 위령제를 집도하는 모습
전사자의 위패를 앞에 놓고 합동 위령제를 집도하는 모습 ⓒ 김문호
오후에는 진도군에서 준비한 다큐멘터리 '진도'를 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상영, 진도의 옛 모습과 오늘의 모습을 한눈에 보게 했다.

부대행사로는 진도출신으로 선무원종공신녹권을 카페 예림에서 전시했으며 일본 이토교수가 출품한 임회면 상만리 30년 사진전이 기아자동차 대리점에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이토 교수의 30년전 상만리 사진전
일본 이토 교수의 30년전 상만리 사진전 ⓒ 김문호
진도평화제는 진도에서 발행하는 계간잡지 진도사람들의 발행인인 박주언(59)씨가 1997년 처음 개최하여 소설가협회세미나, 몽골,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이 참여한 세계민속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또한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와 함께 '진도문화의 국제적 이해'란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고 올해 역시 제2회 국제문화 국제심포지엄을 9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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