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닌 5월 하순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시작으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출발한 병역의혹은 여·야간의 정쟁으로 번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최근 김대업씨가 검찰조사를 통하여 이 사건의 증거가 있음을 밝히고 12일에는 테이프의 일부를 검찰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이 사건은 상당 기간의 수사를 필요로 할 것이며 지루한 여·야 정치공방으로 이어 갈 것으로 생각된다.

▲ 8월 7일자 조선일보 1면, 2면 사설
ⓒ 조선일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이 사건의 본질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가 병역의 의무를 고의로 기피한 것인가 아닌가'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애초 179cm 키에 45kg 몸무게가 가능한지, 또한 체중이 어떻게 그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라는 것이 존재했는지는 차후의 문제이다. 이회창 후보는 추호도 그러한 일이 없으며 만약 그러한 일이 사실이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이 사건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인 만큼 검찰에서는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각 언론들도 관심을 가지고 공정하게 보도하여야 할 것인데 유독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은 이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증거를 제출한 사람에게 범죄전과를 들먹이며 증거 자체를 무효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혹시나 내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8월 7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1면 머릿기사는 '병역사기로 유죄판결 받은 김대업씨 수감자 신분으로 수사참여', 2면 사설과 3면 기사를 통하여 김대업씨가 '수사관' 행세를 하였으며 "선진국에서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단서나 증거물일 경우에도 입수과정이 정당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채택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붙여놓았다.

또한 4면에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김대업씨는 병무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사기·사칭·협박 등을 자행했으며 병역면제를 받게 해준 청년의 누나를 상대로 패륜행위를 저지른 가정파괴범"이라는 기사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김대업씨가 지난해 수감자 신분으로 약 8개월 동안 병무비리수사에 협조하였고 그의 도움에 힘입어 병무비리에 연루된 지방병무청의 고위간부, 고급공무원 등을 구속하고 보훈대상자의 급수판정을 조작하는 보훈신검 비리를 적발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올린 것에 대한 내용은 왜 조선일보의 기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의문이다.

▲ 8월 7일자 조선일보 4면
ⓒ 조선일보
병역비리의 핵심이 되고 있는 사항은 어디에도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건의 본질인 고의적인 병역기피의 의혹이 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첫 신검에 이정연씨는 55kg으로 현역판정을 받았다. 이후 대학과 유학으로 병역이행 시기를 늦추었고 병역 연기 만기시한인 91년에 한 보충대에 입소하여 단 이틀만에 체중미달로 인하여 명역 면제판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검부표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늘(13일)자 신문에는 테이프의 진위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인 김도술씨와의 인터뷰 기사에도 "김대업에 조사 안받아...모두 사기"라는 제목을 뽑으면서 김도술씨 또한 병역비리로 구속된 10개월간 복역한 경력이 있다고 짤막하게 기사를 달고 그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김대업씨의 증거 테이프를 조작한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병역의혹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어느 한쪽으로 단정을 지어놓고 보도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나아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제발 있는 사실만이라도 공정하게 보도해주길 바란다면 과연 혹시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까? "너 미친놈 아니니?"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17>은 8월 15일(목) 방인철씨의 글로 이어집니다.

*집필일정 변경으로 인해 홍세화씨의 글은 <신문읽기 18> 8월 17일(토)에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를 비롯해 소설가 정도상씨, 김택수 변호사,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서대 이용성 교수,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한홍구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