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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전국 대학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지편집위)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광고대행사를 통해 외부 광고를 유치하고 있지만 불합리한 계약조건으로 인해 광고대행사의 이익만 챙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광고대행사의 경우 광고가 게재된 이후 광고비를 가로채 잠적하거나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악용,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광고대행사에게 유리하도록 계약 내용을 바꾸는 등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A대학 교지편집위는 교지 발간 후 광고비 지급일이 되자 대행사 직원이 잠적해 광고는 광고대로 게재하고 빚만 떠 안게 됐다. 교지편집위의 어려운 재정형편을 파악, 광고대행사에서 먼저 접근해 광고계약을 체결한 후 광고비를 지급할 때가 되자 회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B대학은 '광고계 불황'을 이유로 당초 계약했던 광고를 다 받지 못해 광고비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대행사가 광고비 지급을 계속 늦춰 교지 발행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서울 A광고대행사 직원 박모씨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광고대행사가 생기고 쓰러져가고 있는 치열한 상황 속에서 실제 사업자등록증 없이 광고대행을 하는 유령회사도 있다"며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을 할 때 회사에 대한 충분한 검토, 그리고 담당자와 지속적인 면담 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와 교지편집위의 계약은 대행사가 수주한 광고비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는 것과 광고 하나당 기준 금액을 정해 놓고 광고 개수로 계산하는 것, 그리고 광고 개수로 산정하되 예상했던 광고비보다 초과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5대 5로 나눠 갖는 '미니멈 계약' 등이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그 외 수익에 대해서는 대행사가 모두 갖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학생들에게는 다소 불리하고 광고대행사가 50~70%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반면 광고대행사가 일반적으로 광고를 대행해주고 받는 대행비는 광고비 총액의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의 수익이라도 생긴다면 마다할 수 없다"

현재 전국 대학 교지편집위의 재정은 대학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충당되는데, 교지편집위가 대학의 부속기관일 경우 대학 재정 중 일부로 충당하고 자치기구일 경우에는 학생회비 중의 일정액을 교지 재정으로 한다. 아니면 '교지대'를 따로 고지하는 경우도 있다.

교지에 실린 기업광고들
교지에 실린 기업광고들 ⓒ 정세연
대전 A대학의 교지편집위는 학내자치기구로 학생회비의 약 10%, 연 900여 만원을 받는다. 연 1회 200쪽 분량의 교지를 5000부 발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기획사 작업비와 인쇄비만을 상정한다 하더라도 최소 900만 원. 결국 1년 예산을 모조리 쏟아 부어도 연 1회 교지를 발행하기에도 빠듯하다.

대학 교지편집위의 형편이 이렇다 보니 교지에 기업 광고를 게재, 광고비 수입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광고대행사를 찾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학 교지의 광고를 광고대행사에서 선뜻 맡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학의 '간판'과 출신 선배들이 어떤 기업에서 얼마나 일하는지 등 '소스'가 있어야 광고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약 30%, 지방대 중에서는 국립대 및 규모가 큰 대학 정도만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대전 A대학의 교지편집장은 "편집위원들이 직접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광고를 의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회사측에서 학생들을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렇게 해서 광고를 받는다 하더라도 현금보다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대체하려 하려고 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시작부터 불합리한 계약을 맺으면서도 당장 처한 상황보다는 낫겠지 라는 생각에 부당하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며 "결과적으로 광고대행사가 이익을 보고 우리는 피해 아닌 피해를 입는 것인 줄은 알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얼마의 수익이 생긴다면 우리로서는 마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기 지역의 대학 교지편집위는 광고대행사로부터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교지 발행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지난 5월 1일 '대학언론연대'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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