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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휴가비를 몽땅... 1/2만 할까 1/3만 할까 하다가 나의 일주일 휴가 대신에... '당신의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지난 7월 23일 <사는 이야기>에 "그에게 전동휠체어는 '자유'이다"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저와 오동석님, 그리고 오동석님이 몸담고 있는 청소년 공부방에는 놀라움과 고마움, 기쁨과 저희들의 게으름에 대한 부끄러움이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누구든 만나면 "곧 동석샘 자유 생기겠다"면서 말을 건네고 오동석님을 축하해줍니다. 그러면서 공부방에 마련해놓은 통장에 슬그머니 자신의 주머니돈을 털어넣습니다. 그러면서 공부방에서 좀더 열심히 좀더 빨리 뭔가를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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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전동휠체어는 ' 자유 ' 이다

박태현님은 당신의 휴가 대신에 오동석님의 자유를 선택하시고 오동석님에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몇 줄 안 되는 아주 짧은 글에서 휴가비를 통째로 내놓으신 그 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돈의 액수가 너무 커서도 놀랐지만, 자신의 휴가 대신에 알지 못하는 이의 자유를 선택하셨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놀랐습니다.

박태현님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 계신 채빈님은,

"용기를 충전 받고
부끄러움으로 부치는 이 한 편의 시가
전동휠체어의 자유를 찾아 주는 일에
거미줄 한 가닥만큼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이라며 멋진 시와 꽃잎이 후두둑 떨어지는 그림엽서를 부쳐왔습니다. 제가 몇 마디 보잘 것 없는 말로 적어놓은 오동석님의 삶을 채빈님은 따뜻하고 강렬한 시(www.kasda.com 자유게시판)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 오동석 씨
ⓒ 이경숙
그리고 하루만에 일면에서 숨어버린 기사를 되살리는 분들이 곳곳에 계셨습니다. 자신이 아는 분들에게 글을 퍼서 나르고 방송국 게시판에 올리시는 분, "기사 몇 줄을 본 것 외에는... 님을 모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입금"하신 분, "좋은 일" 하신 분, "술 한 잔 해도" 얼만데 말씀하시면 성큼 후원해주신 분들, 시애틀에 계신 분.

사실 좋은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는 쉬워도, 직접 은행을 가고, 전화를 하고, 또 때로는 미국에 계신 어느 분처럼 한국에 있는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돈을 부치게 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수고로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많은 분들은 저희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글 한 줄 쓰고 멍하고 넋놓고 있던 제가 부끄러워 어찌 할 바를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분들이 흔쾌히 보내주신 돈이 7월 30일 현재 203만4081원입니다. 그리고 저희 공부방 교사들이 현재까지 모은 돈 50여만원이 있습니다. 그 외에 8월까지 공부방 교사 개인들이 후원인을 모으기로 약속 되어 있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반에 공부방에서 마련한 자료와 돼지저금통을 비치해 놓았습니다.

8월 8일부터 4일동안은 성주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가서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장사를 할 예정입니다. 8월말까지는 이렇게 하면 전동휠체어를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동석님은 요즘 전동휠체어가 생긴 것 이상으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메일 확인하고, 열어본 메일 또 새로 열어보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벌써 그에게는 10대의 전동휠체어가 생긴 것보다 더 큰 기쁨이 넘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후원금만 주신 게 아니라, 그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보내주셨습니다.

오동석님은 그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그저 가엾은 동물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를 받아오기도 하였던 그 긴 시간들이 다 잊혀지는 듯하다고 말합니다. 이름 모를 분들, 알지 못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전동휠체어가 생기면 더욱 열심히 하겠노라 날마다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오동석님은 다른 분들이 보내주신 돈이니 함부로 쓸 수 없다며, 중고 전동휠체어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새 것이 워낙 비싸니까 오동석님은 그게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공부방 식구들 생각에는 고장이 잘 나지 않고, 모든 신체부위가 불편한 오동석님에게 꼭 맞는 걸로 했으면 하는데…. 여하튼 우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 공부방 식구들은 이렇게 행복해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최근 서울 지하철 리프트에서 장애인 한 분이 떨어져 사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이동자유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동석님에게 전동휠체어가 생겨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권리의 문제는 여전히 남기 때문입니다. 작년 장애인의 날, 오동석님은 혼자서 전동휠체어로 지하철을 타고 칠성동 공부방으로 출근할 때였습니다. 그날 리프트를 탈려고 역무원의 도움을 구하자 역장이 "왜 혼자 돌아다니느냐"라며 혼자 다니는 게 마치 죄라도 되는 양 몰아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오동석님과 공부방이 거세게 항의해서 역장이 결국은 사과했지만, 언제 어느 때고 오동석님도 위험천만한 리프트를 타야 하고, 인도에 널린 물건들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위태위태하게 도로를 질주해야 하는 일이 계속 되겠지요.

저는 오동석님의 자유와 함께, 정말 세상의 모든 불편한 분들이 자유의지로 다닐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후원해주신 분들(이준행, 송병준, 위성국, 김낙렬, 고마와요, 한호형, 김재호, 강일성, 김명호, 양청간, 오동석팬, 최현정, 김용훈, 신은영, 힘내요, 양정희, 유종근, 신보균, 박일상, 강수정, 주의식, 인터맥김대현, 힘내세요, 송경숙, 박규선,황향숙, 민미숙, 권정순, 정대성, 박대환, 박태현, 김수희, 한빛은행, 채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채빈님의 말씀처럼 "세상은 따뜻하고 살 만합니다."

덧붙이는 글 | 후원계좌: 예금주 - 오동석/ 계좌번호- 농협 706-02-29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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