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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범계역 노점상으로 나선 정성희씨.
ⓒ 한정원
지구당 위원장이 노점상으로 나섰다. 정치인들이 흔히 벌이는 하루 이벤트가 아니다. 노점상을 생업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 23일 범계역 헌혈의 집 옆 떡볶이 노점에서 그를 만났다. 앞치마를 두르고 닭꼬치를 튀기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노점상이었다. 민주노동당 안양 동안지구당 정성희(44세) 위원장. 성균관대 경제학과 79학번 학생운동 출신으로 안양지역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인 그가 길거리에 나서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왜 하필 불법노점상일까?

“생계문제가 첫번째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20여년동안 돈 벌어 집에 생활비 갖다 준적이 5~6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이화여대 국문과 출신인 그의 아내가 원고정리 등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졌다.

생계문제가 첫째라고는 하지만 그가 노점상을 시작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서민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또 노점상에게 가해지는 과다한 용역단속에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불법이라고 하지만 법보다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노점일은 오전 10시 출근해서 새벽 2시에 끝난다. 뒷정리하고 집에 들어가 잠드는 시간은 새벽 3시. 지난 7월 1일 노점을 시작한 이래 하루 16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고된 일을 하루도 쉬지 못했다.

범계역 노점상은 안양지역 노점상연합회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8대의 리어카에 3명씩 매달려 공동장사를 한다. 공동장사란 3명씩 한 조로 8대의 리어커를 교대하는 형태. 떡볶이와 핫도그 리어카를 3일 하면 그다음은 과일 리어카를 3일 하는 방식으로 노점상들이 서로 좋은 목을 차지하려는 분쟁을 없앨 수 있는 자신들만의 운영체계.

“노점을 하면서 노점상들이 벌이는 적지만 참 열심히 살아가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노점은 풍물문화의 하나로 단속위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의 노점상 변신에 대해 주변에서는 ‘측은하다’와 ‘대단하다’는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 노동자와 서민의 당이라는 민주노동당 지구당 위원장이 아니었으면 이런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시작한 일이니 못해도 1년은 해야되지 않겠느냐는 그는 다른 정치인들이 서민과 같이 삶을 살겠다며 보여주는 이벤트와 달리 자신의 노점상은 ‘생활’이라고 강조했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지도위원 등 꾸준한 지역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그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2학년, 7살 유치원생 세 아이를 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한정원님은 안양시민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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