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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역광장에서 미2사단까지 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부대를 에워싼 채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7월 20일 저녁 8시. 미2사단 캠프 레드 클라우드가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에 포위됐다. 의정부·동두천·양주 시민들과 학생,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만든 400여m 길이의 촛불대열이 미2사단 부대 벽을 따라 늘어선 것이다.

이 날 의정부역에서부터 촛불을 들고 행진한 500여명 시위대는 손에 손을 잡고 '인간촛불띠'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들고 있는 반미평화의 촛불은 어두워지는 부대 앞 하늘을 환히 밝혔다. 이들은 부대 벽 철조망에 미군 부대 역시 '한국 땅'임을 선포하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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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부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도 촛불띠를 보고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쳤다.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라고 말을 건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위대열의 행진과 태극기 게양을 막는 과정에서 전경들과 사소한 마찰이 있었지만 시위대는 "우리가 참읍시다. 싸우면 똑같아집니다"라며 몸싸움을 최대한 자제했다.

"기지촌 아닌 희망과 평화 도시로"

▲ 20일 오후 의정부역 광장에서 열린 '의정부·동두천·양주 시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 5백여명의 시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에 앞서 오후 5시 '의정부·동두천·양주시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 의정부역 광장에는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경기북부지구협의회, 전교조 의정부 지회, 동두천시민연대, 전국노점상의정부지역총연합회, 의정부YMCA, 의정부청년회, 민예총경기지회북부지부, 민주노동당의정부지구당, 경기북부노사모 등 다양한 의정부 지역 단체들의 깃발이 늘어섰다.

가능동, 송산동, 호원동 등 동네 이름과 '형사재판권 즉각 이양하라' '미군훈련장 폐쇄하라' 등의 구호를 앞뒤로 적은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서 목영대 경기북부대책위 상임대표는 "이 곳은 92년 윤금이 여인의 참혹한 죽음이 생생하게 기억되는 곳"이라며 "의정부·동두천을 더 이상 기지촌의 도시가 아닌 미군범죄를 끝장낸 희망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이에 답했다.

불교인권위원회 대표 진관스님과 나란히 앉아 집회에 참여하던 의정부 기독교연합 부회장 김상기 목사는 "8월 15일을 계기로 전국교회 연합 15개 지부 350개 교회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쯤 의정부역 집회를 마친 뒤 촛불을 켜고 미2사단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행진했다.

"여학생들 성추행은 일도 아니다"
의정부시민행동의 날에 만난 시민들

▲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에 검은 천을 묶어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의정부·동두천·양주시민행동의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는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미군에 의한 크고 작은 피해를 늘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경기북부 노사모 회원 박혜숙(39)씨는 "동두천에서 미군들이 지나가는 여학생들 가슴을 만지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유아강간, 성희롱도 종종 일어난다"고 전했다. 박씨는 "2년 전에는 부부가 지나가는데 미군이 부인을 성희롱해 남편과 시비가 붙었다. 결국 남편이 불구가 될 정도로 맞았는데 해결이 잘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서선미(36)씨가 "기지촌 여성들은 미군들에게 당하는 사기나 폭력이 말도 못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의정부역광장에서 열린 '의정부·동두천·양주시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노사모 회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돈 안내고 욕하고 행패부리기 일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업을 중단하고 의정부역에 나온 택시기사 김관우(45)씨는 "미군들은 너무 입이 거칠다"며 "미군들이 돌아다니면 당장 애들 교육상 안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디서 배웠는지 성기가 들어간 한국어 욕은 기본이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을 심하게 하는 바람에 합승한 여자손님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김씨는 "미군들은 택시요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을 운전석 바퀴 쪽으로 던진 뒤 택시기사가 돈을 주우려 문을 여는 틈을 타 도망을 가는 것이 보통이다. 김씨는 "시비가 붙어봤자 한국인이 질 게 뻔하고 미군들에게 당하는 자체가 기분나빠 차라리 자리를 피하고 상황을 무마한다"고 했다.

"저녁에는 애들 내보내지 않는다"

미2사단 캠프 레드 클라우드 앞 '인간촛불띠'를 보러 나온 인근의 한 주민도 "이 근처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흐지부지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장갑차가 지나가는데 '퍽' 하는 소리가 나서 지나는 아주머니가 달려나가 봤더니 시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애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 안 됐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나도 불안해서 아이들이 부대 근처에 못 나가도록 단속하고 있다. 저녁에는 아예 밖에도 못 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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