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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요원이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의 광화문역 점거 농성을 저지하자 한 시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익요원이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의 광화문역 점거 농성을 저지하자 한 시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임경환

4일 오후 4시경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 개찰구 앞이 북적거린다. 공익 요원 30여명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 10여명을 둘러싸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시민들에게 발산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유인물을 나눠주려 하자 공익요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아저씨, 유인물 돌리지 마세요. 역내에서 유인물 돌리는 것 불법입니다."
"왜 불법이에요? 헌법에 명시돼 있는 평등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철도법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고성이 오가는 사이 한쪽에서 공익요원들은 시민들에게 "복잡하니까 그냥 지나가세요. 가던 길로 계속 가세요"라며 시민들을 한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공익요원이 무슨 권리로 시민의 알권리를 막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서 교장이 공익요원에게 농성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서 교장이 공익요원에게 농성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 임경환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서 교장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시민들에게 확성기를 들고 외친다.

"시민 여러분, 저희들도 여러분처럼 지하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싶습니다.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어도 도시철도 공사 잘못이 아니라고 합니다. 장애인 잘못이랍니다."

확성기 소리를 듣고 잠시 멈춰 유인물을 받아가는 유아무개(65)씨는 "지하철역까지 나와서 저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30여분 동안 장애인들의 광화문 지하철역 점거 농성이 계속되자, 공익요원 류아무개씨는 "청와대나 시청 앞에서 시위하지 왜 일개 지하철역에 와서 공익요원을 괴롭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장은 "시청 앞에서 시위하면 전경들이 지키고 있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면 경호원들이 막아서기 때문에 갈 곳이 없다"면서 "힘없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괴롭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 조용진(50)씨는 "2층 이상 건물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반드시 만들도록 법적으로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다"면서 "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외치는 현실이 우리나라 복지수준을 나타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화문 지하철 역내에서 1시간여 동안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준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은 다시 그 '위험한 리프트(?)'에 자신들의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공익요원이 박경서 교장을 감시하고 있다.
공익요원이 박경서 교장을 감시하고 있다. ⓒ 임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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