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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장모님이 소위 '심근경색증'으로 세상을 뜨셨다. 길을 가시다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조여 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급히 근처의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기에 대학 부속병원으로 모셨다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퇴원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근본적인 수술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주치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 뒤 하루 만에 장모님은 급히 숨을 거두셨다. 이 때 나는 장모님께 한방치료를 못해드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방은 의학체계가 다르니 혹시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처가의 모든 사람들이 한의학을 미신정도로 치부하는 정서가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의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 더욱이 친척 중에도 한의사가 없다. 하지만 내가 민족문화를 공부하면서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은 한의사들과 교분을 가지면서 한의학의 기본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한방관련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를 검색하고, 한의사협회에서 발행된 책들을 참고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학(韓醫學)이란?

최근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급속도로 발전을 이루어 난치병으로 인정되는 암치료에 대한 상당한 임상효과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 한의학을 믿지 않는 정서가 그대로이다. 과연 그럴까? 한의학은 5천 년 동안 우리의 건강을 지켜온 민족의학이다. 한의학이 없었더라면 우리 겨레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의학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된 의학으로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정착된 것이며, 세종대왕 이후에 풍토에 맞게 동의학체계를 완성한 우리 고유의 의학이다. 또 한의학은 자연과 함께하는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몸을 자연과 동화시키고, 순화시켜서 질병에 대한 자연치유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치료의 바탕이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속에 있는 병을 알기 위해서 몸속을 직접 살펴보는 게 아니라 겉을 보고, 속을 유추하여 알아내는 방법을 쓴다. 그러기 위해서 겉에 나타나는 증세들을 종합적으로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또 그때에 적용되는 한의학의 이론은 음양론(陰陽論)과 오행론(五行論)이 그 바탕이 된다. 이 두 이론은 우리 조상들이 오랜 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사람의 몸에 직접 적용해 보면서 정리해 낸 철학 이론이다. 따라서 한의학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오랜 연구 결과에 의한 철학의 결집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서양과학을 기준으로 재단해버리는 오늘의 세태는 참으로 안타깝다. 오히려 지금 서양에서는 서양과학이 아닌 동양과학 내지는 동양철학에 대한 동경으로 연구가 한참이라는 사실을 왜 모를까?

한방과 양방의 차이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한방과 양방은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나는 의학공부를 한 적이 없기에 구체적인 차이는 모른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두 학문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둘 다 이론과 임상이 결합된 학문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 실용과학이라는 데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다름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선 양의학이 기계론적인데 비해 한의학은 변증법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양의학은 어떤 물질의 유무와 그 양이 중요한데 반해 한의학은 여러 가지 조건들의 상호균형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대부분의 한의학 책이나 인터넷 문서들에는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를 철학적-과학적, 종합적-분석적, 전체적-국부적, 내과적-외과적, 대증적-대응적, 증후학-병명학, 이론적-실험적, 개인의학적-사회의학적 등의 비교를 하고 있지만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두 의학에 대해 좀 더 중요한 차이를 나는 말하고 싶다. 그건 대중들의 인식의 차이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의 전통문화 중 한복(이름조차도 '옷'이 아니라 '한복'이다.)을 보면 서양옷은 그냥 옷이라 부르며 일상생활에 늘 입지만 한복은 명절, 결혼식, 회갑연 등 특별한 날에 그것도 나이든 여자들만 입는다. 즉 한복은 옷이기보다는 그저 우리가 한민족의 후손이라는 표시일 뿐이다. 귀찮지만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그 어떤 상징일 뿐이며,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는 생활문화는 아닌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한복을 입지 않는 이유'를 조사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학생은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라는 대답이었다. 일반적인 생각으론 '불편함'이 그 이유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아니었다. 제 나라 옷을 입는데도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입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복은 넉넉한 품으로 몸을 감춰주며, 몸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옷이다. 하지만 생활한복을 살 때 많은 소비자들은 "품이 커서 날씬하게 보이지 않는다. 몸에 딱 맞는 옷은 없느냐?"고 묻는다. 한복을 서양옷의 가치기준으로 재단해 버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 고유의 의학인 한의학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실생활에서의 필요한 가치, 즉 실용적인 가치로는 인정하지 않으며, 한의학에 대한 시각도 항상 서양과학, 즉 양의학의 잣대로만 해석하고, 양의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경우에만 인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한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보다는 부분적으로 이해하게 되어 학문으로서 갖는 체계성을 알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한의학을 민간요법이나 보약 정도로만 인식하게 되고 만다. 그리고 획기적인 치료효과가 나올 때만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여전히 의심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한의학은 건강을 지키는 지침이 되지 못하게 되고, 사람들에게는 점술과 별다를 게 없는 신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대중들은 양의학으로 병이 안 낫는다고 해서 양의학의 자체를 의심하지 않지만 한의학에 대해서는 그 반대로 웬만한 치료효과를 가지고도 그때만 호감을 갖을 뿐이며, 지속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사대주의적 생각이 해소되고, 양의학적인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고서는 한의학이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의학이나 양의학 모두 세상을 인식하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라는 걸 깨닫는 것이 시급한 일일 것이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서로 장점을 찾아내고 각자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양의학과 한의학은 환상의 단짝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한의학을 우리의 우수한 의학으로 인정하고, 발전시키면서 균형을 이뤄 양의학과 짝을 이루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한의학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도 한방병원이 있을까? 또 서양에서는 한의학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의학이 우리만의 의학이어서는 안 되므로 다른 나라의 현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정책적으로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중서결합의(中西結合醫)' 제도로 한방과 양방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6년제인 한의과 대학(11개)과 4년제인 한약학과(3개)가 있지만 중국에는 다양한 7 ~ 2 년제의 중의학원이 94개가 있다고 한다. 또 중국의 한의과 대학내에는 한의과, 한약학과 외에도 한방간호학과, 중의 골상과, 중서의결합학과, 한약약리학과 등의 학과 들이 설치되어 있다.

대만에서는 유일한 한의과대학인 사립 중의약대학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한의과 대학 졸업생도 의사국가고시를 볼 수 있어서 대부분이 양의사로 전환하고 있으며, 의과대학학생도 일정한 한의학 학점을 이수하면 한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하여 한의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일본은 동양 3국 중에선 유일하게 한의사가 없다. 1850년 경 명치유신 때 근대 의료제도를 만들면서 한의사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양의사들이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 티벳의학, 각종 전통의학 등 모든 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한방치료는 일부 의사들만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의학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45개의 한의과 대학이 있으며, 대체의학 연구소에서 각종 한의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은 자연 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한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순수 한의학을 교육하는 곳은 없고, 침구, 자연치료요법을 교육하는 학교가 있을 뿐이다.

최근 남아메리카와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침구술이 시행되고 있어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대체의학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편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http://www.komsta.org/, 단장:김호순박사, 소속 한의사 400여명)에서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에티오피아, 네팔, 우크라이나, 스리랑카, 중국연변 등에 활발한 한방해외의료봉사를 나가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는 '한국-카자흐스탄 친선 한방병원'까지 설립하여 한의학의 세계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뿌듯한 일이라 하겠다.

계속해서 다음 회에는 한의학 하면 생각나는 것들 즉, 한의학의 기본인 음양오행, 사상체질, 경락(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공부해 보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참고>
대한한의사협회 : http://www.koma.or.kr/korean/
한의114 : http://www.hani114.com/index.php3
명상한의학 : http://meditation.co.kr/goldencrow/goldencrow_frame.htm
OK medi TV / OK한방병원 : http://www.okmedi.net/hanmedi.asp
알기 쉬운 우리의 한의학, 대한한의사협회, 1993
즐거운 한의학 여행, 서울특별시 한의사회, 강서구 한의사회 편집위원회 편, 2001
한의학이란?, 문찬기(광주 경희한의원장),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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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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