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 이건 좀 이상하잖아. 아냐. 아무리 봐도 뭔가 좀 불순한 데가 있어.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시종일관 굳은 얼굴을 하고 보도를 할 수가 있느냔 말이야. 코딱지만한 이웃나라가 생각치도 못한 이변을 매번 일으키니 방송 도중 갑자기 배가 아프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얼굴표정들이 그렇게 냉랭했던 거냐고!

션삥!(沈氷, 중국의 유명 TV사회자) 그 예쁜 얼굴로 씽긋 한번 웃어주면서 "한국팀 정말 대단합니다. 같은 아시아팀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예의상 먼저 '립서비스' 한마디 해주는 게 뭐 돈드는 일이야? 그런 다음에 얼굴 좀 굳히고 심판판정 문제의 불공정성을 거론했어도 당신이 조금 덜 미웠을 것을. 지난 이탈리아전 이후부터 유독 한국얘기만 나오면 이내 얼굴을 굳히고 웃지를 않길래, 난 당신이 별로 웃지 않는 여자인 줄만 알았지. 원래 저렇게 심각한가보다 하고 말야.

근데, 터어키- 세네갈전 보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더군. 시종일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야. 생전 안할 것 같던 칭찬도 막 쏟아내고. 그렇게 잘 웃고 칭찬할 줄 알면서 어째, 한국팀의 승리에는 한번도 그런 따뜻한 웃음을 보내주질 않는거지?

그리고 류지엔홍(劉建弘, 중국의 유명 축구해설가)! 당신도 그렇지. 하필이면 승리에 열광하고 있는 한국 관중들 장면을 내보낸 뒤에 바로 그 죽상같은 얼굴을 하고서 "한국팀의 오늘 승리는 변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그러나 심판판정 문제 역시 진실입니다"라며 마치 중대범죄인 다루는 듯한 얼굴로 한국팀의 승리를 '깔아뭉개는' 당신의 저의는 도대체 뭔데? 그리고 션삥이랑 방송 전에 미리 약속이라도 한 거야? 한국팀 보도할 때는 인상 구기고 절대 웃지 말자고. 너무한 거 아냐? 당신들!

"한국인의 승리, 월드컵의 비애"

22일.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끝난 후, 중국 CCTV의 월드컵 방송을 시청하다 순간 '열받아서' 쓴 글이다. 이탈리아와의 경기 이후, CCTV의 월드컵 총평을 시청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열'을 받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의 얼굴에서 묘한 '일그러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일그러진' 보도들은 스페인전 다음날, 주요 신문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내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에서도 네티즌들의 일그러진 관전평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고귀한 품성을 배우라고?"(新郞)
"정치에 강간당한 축구"(體育週報)
"한국 4강 진출,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치욕스럽다는 것"(21世紀體育報)
"한국의 '검은 호루라기', 그 연원은 아주 오래 전부터.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新郞體育)
"한국인의 승리, 월드컵의 비애"(新郞網)
"세계의 비극"(金晩報)
"기념일"(北京靑年報)

22일 경기종료 직후, 각 신문 및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관전평 제목들이다. 제목만 봐도 어떠한 내용들이 평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지를 짐작할수 있다. 대부분의 보도 내용들이, 한국의 이번 월드컵 연승행진의 비결은 바로 '검은 호루라기'(심판)와의 뒷거래가 낳은 '검은 작품'이라는 어투로 비아냥거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악의적인 평 외에도,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文匯報'처럼 "모범은 바로 눈앞에-한국 축구성공의 길을 찾아서"라는 식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저력을 높게 평가한 언론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들은 상대적으로 극히 소수이고, 눈에 띄는 주류들은 다 한결같이 한국의 4강진출을 그다지 고깝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대하고 있다. "한국인의 승리는 월드컵의 비애"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 고깝지 않음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리라.

16강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비교적 한국축구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중국 언론들은 이탈리아전을 계기로 그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세계의 모든 언론들이 다 제기하고 있다는 심판판정 시비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선에서 이겨보지 못한 팀이 갑자기 세계 최강팀들을 누르고 승승장구하는 뒷배경에는 분명히 '검은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인의 심판전략은 그 연원이 이미 오래 되었고, 세계 체육계에서 독자적인 계보를 이루었을 정도다.

세계 체육계, 특히 그중에서도 중국은 여러 해 동안 그 해를 톡톡히 입었다…"(新郞體育 23일자 기사중)라며 아예 한국을 '검은 뒷거래'로 승부를 조작하는 데 관록이 있는 오명국가로 낙인을 찍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몽준과 FIFA의 '정치적 거래'라는 해석도 등장하고 있는 판이다.

아니, 그래 백번 양보해서 심판들이 한국측을 좀더 이쁘게 봐줬다손 치자. 그런데 바로 어제까지 맥도 못추고 빌빌대던 한국팀들이 갑자기 고려인삼과 마늘을 다량 섭취한 끝에 세계 최강의 마징가제트들로 변하고, 돈먹은 심판의 검은 호루라기덕에 하루아침 사이에 그렇게 경기장을 펄펄 날아다니며 골문을 들쑤셔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심판이 아무리 이쁘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실력도 안 되어 있는 팀들이 어떻게 갑자기 세계 최강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겠는가. 없던 실력도 '검은 거래'로 조작한 것일까.

차라리 중국대표팀 감독 밀루티노비치의 '눈'이 훨씬 더 선량하다.

"이것은 심판 본인들의 수준 문제이지 한국팀과는 어떤 관련도 없는 문제이다. 사실, 막 월드컵이 시작되었을때만 해도 나는 심판들의 판정정도가 상당히 공정하다고 여겼으나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편차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번 월드컵의 최대 실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자체만을 놓고 볼때 한국팀은 실력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혹시 '질투'?

그렇다면, 또 왜일까? 왜 중국언론들이 고깝지 않은 시선으로 한국을 '째려보고' 있는 것일까. 순전히 '질투 심리'이다. 질투가 아니라고 한다면, 최근들어 중국언론들의 이와같은 보도 태도들을 이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유치하고 조악한 해석인 것 같지만 개인적인 '심증'은 그렇다. 중국의 한 네티즌도 나의 이러한 '추측'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나름대로는 멋지게 '일갈'을 하고 있다. 이래도 우리가 '질투'하는 것이냐면서.

"한국을 걸고 넘어지는 게 질투라고? 중국의 실력이 변변치 않으니까 심판과 정략가들 문제를 공격하면서 한국을 걸고 넘어지는 게 바로 질투로 눈이 빨개진 게 아니고 뭐냐고?

한국축구가 발전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실력이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가 있어? 일본축구 역시 발전했고 역시 같은 주최국이고 16강에도 진출했는데, 더군다나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앙금이 있는 중국에서 왜 일본에 대해서는 그런 욕들이 안나오는 건지 생각해봐.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세네갈 역시 이변을 낳으며 8강까지 진출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왜 질투나 욕소리가 없는 거냐고?

우리는 이렇게 추악한 한국축구를 질투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질투를 하려면 차라리 브라질이나 스페인 아르헨티나 같은 팀들을 질투하지. 그들은 질투를 받을 가치가 있거든"

그래. 축구문외한인 나도 인정한다고.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나 스페인등보다는 아직도 많은 점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들의 '질투'를 받을 만큼 가치 있는 실력을 지녔는지도 솔직히 의심스럽고. 그런데 말야,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승리는 월드컵의 비애"라느니 "한국축구의 발전과 그들의 정신력이 이 모든 죄악을 다 덮을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 것은 좀 너무 심한 발언 아냐?

더군다나, 이제 공한증(恐韓症)을 가지게 된 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다 한국 앞에서 벌벌떨고 있으니 앞으로 중국팀도 맘 편하게 한국을 무서워하자느니,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이런 일(심판문제)이 벌어지면 당당하게 경기장을 박차고 나오는 독일팀의 결연한 용기를 기대한다느니 하면서 "FIFA 월드컵이 KOREA CUP으로 변했다"고 조롱하는 태도는 너무나 악의적이지 않냐고?

이번에 중국팀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을 때, 만약 우리가 대놓고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이 주최국으로서 자동출전하는 바람에 올라갈 실력도 안되는 중국팀이 뜻밖의 어부지리를 얻게 되었다"라고 인정머리 없는 말을 했었다고 하면 당신들은 기분이 어땠겠어? 당연히 길길이 뛰었겠지.

당신네들 중, 한 순진한(?) 네티즌이 이런 말을 적어놓았더라구. 새겨들어봐.

"오늘 경기를 보고 한국을 욕할 정당한 근거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면으로 고하건대, 심판의 오판과 한국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국제 축구연맹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심판의 문제는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으로 놓고 볼 때도 그들 역시 검은호루라기에 기대 승리를 하는 것에 반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주최국으로서 경기의 순결성과 원만함을 위해 한국은 오늘 스페인에게 마땅히 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한 사람의 중국인으로서 한국팀과 전체 한국을 모욕할 만한 어떠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감정상으로 볼 때나, 최소한 정치적인 자각의 측면에서도 이래서는(한국과 한국을 비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