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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강정보가 새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재정경제부가 최근 극비리에 금감원과 보험사들에게 유용한 '조사권'을 보험업법에 첨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법 개정을 위해 올해초부터 체계적으로 보험사들과 연계, '보험사기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례로 올해초 금감원 보험감독국이 내놓은 신년논단을 비롯해 지난 5월 22일 개최된 '2002 보험사기 방지 세미나'에서도 금감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보험사에게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도를 여러 번 피력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 개정안은 지난 14일 재경부에서 공시, 국회상정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금감원과 보험사간의 '조작적 법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으며 금감원으로부터 전달된 조사권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이 재경부를 통해 법안으로 상정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지할 방침이다.

보험소비자특별보호위원회를 비롯해 함께 하는 시민행동 측은 이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원의 법안 상정 행보를 주시해 이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

금감원이 보험사기를 핑계로 보험사들에게 주고자 하는 조사권은 보험을 가입하는 수많은 고객들의 과거 질병정보를 비롯해 건강정보 등을 낱낱이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인 동시에 이러한 조사에 소비자들이 응하지 않을 경우 이 소비자들의 보험금 지급을 법적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싣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세미나에서도 주최사인 (주)SIS보험심사 강영철 상무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고객이 보장되는 보험상품을 아예 없애고 의료기술과 질병치료방법 의 발달에 따른 보험가입 약관을 다시 개정해야 하며 약관에 구체적인 급부를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관련 제도를 정비해 보험사의 조사권한을 부여해 건강보험, 근로복지공단, 신용평가회사 등의 정보열람권을 인정하고 피보험자의 조사협조를 의무화하는 등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감원, 보험사에 '건강정보 조사권' 부여 보험업법개정 극비추진 파문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번 법령개정을 적극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까닭은 바로 금감원이 보험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이고 합법적인 '권력 행사 권한'을 부여받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의 오른팔 노릇을 하고 있는 보험사들에게는 이번 금감원의 '조사권 부여'를 포함한 법개정이 반가울 따름일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법령은 재경부에서 검토·심의 끝에 지난 14일 조용히 공시된 상태. 이 법안은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입법예고, 7월 둘째주에는 공청회 개최 및 보험업법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 이후 7월 셋째주 규개위 심사를 통해 7월에서 8월 사이 법제처 심사를 거치고 8월 말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치고, 9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법 개정 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보험사들에 대한 불법적인 영업을 공식적으로 합법화시켜주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상황이다.

특히 금감원에게 부여되는 조사권의 실질적인 행사주체가 국내 굴지의 보험사들에게 주어지며, 이들이 이 업무를 맡게 될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

실례로 금감원은 지난 5월초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 실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보험사기 행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 빈발 분야 및 유발 요인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보험회사로부터 전문조사인력을 파견 받는 등 조사인력을 보강해 오는 7월부터 6개월간 기획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조경민 팀장은 "금감원의 현재 자료보다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인력 및 기초 자료들을 참고로 하기 위해 동조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보험사들의 노하우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뿌리째 근절할 계획"이라며 보험사들의 협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성사시 보험사, 보험 가입자 질병정보 등 낱낱이 열람 가능해져

특히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금감원이 추진 중에 있는 조사권 내용을 들춰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조사권은 결국 국내 굴지의 보험사들에게 보험사기 방지를 이유로 들어 보험을 가입한 수십만 보험가입자들의 개인정보들을 공식적·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는 것을 주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가입신청서에 '개인정보 활용 및 이용에 관한 동의서’에 고객의 자필 서명을 받아야만 이 정보에 한해 제휴사 및 관계 기관과의 정보 활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에는 보험가입 고객의 이전 질병기록이나 건강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보험가입 고객에 대한 건강정보 등을 활용·열람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금감원에게 조사권이 부여되면 금감원이 추진중인 보험사고(보험사기) 특별조사반 등에 파견된 보험사 직원을 비롯한 금감원 전문 인력 등이 이 조사권을 남용해 보험가입자들의 기본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질병정보 등을 파악해 보험가입을 처음부터 거절하는 등 보험사가 고객을 심사, 골라서 가입시키는 횡포를 저지를 수 있게 된다.

국민건강보험 등 보험가입자들의 건강이나 질병 등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얼마 전 생명보험협회 등과 일부 생명보험사와 연계해 보험사기를 방지 목적의 세미나를 여는 등 보험사의 조사권 부여 방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산 바 있다.

시민단체 "조작적 법개정 절차 밟고 있다" 의혹 제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보험사 조사권이 부여되면 우선 보험사가 고객들의 건강 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들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가입 등의 절차에서 보험사의 편익에 맞게 보험가입을 시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한 기준들이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기보다는 전환계약이나 종신보험 등 일부 보험사 위주로 편향된 상품들만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상품은 보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낮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과 보험사간의 이같은 행보는 나아가 정보 유출 및 담합행위로의 위험성까지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아울러 보험사가 수사관이 되는 행태가 조사권이 부여되면서 더욱 팽배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기 조사의 경우 이미 보험가입 후 2년 경과하지 않은 고객들의 경우 보험금을 받았을 때 이들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지만 조사권이 지급되고 나면 2년이 지난 보험가입자에게까지 조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애꿎은 보험가입자들이 마지못해 조사에 응하는 경우를 당해야 한다는 것. 현재까지도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보험가입자들을 보험사기로 의심해 법정 분쟁중인 건수도 상당하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금감원·보험사 상호채용제도'도 이러한 의미에서는 정보유출 등의 위험으로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건강정보·질병정보 등을 이용한 불법 영업의 우려도 지적됐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보험사가 병원이나 의료사업 기관에 고객들의 질병·건강정보 유출시킬 수도 있다는 것. 특히 더 나아가 민간의료보험을 도입시키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직원에 따르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 도입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최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진행중인 조사권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보험사기가 조직적·지능적으로 이루어져 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현행처럼 조사를 의뢰, 회신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험사기를 근절할 수 없으므로 조사권을 부여받아야 한다"며 조사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보험감독국 이오섭 팀장은 이에 대해 "보험사기 및 보험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에 조금 더 합법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뜻에서 조사권 부여를 법개정 내용에 첨부했을 뿐"이라며 "보험사에게 조사권이 부여되는 등의 이론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5월 22일 개최된 보험사기 방지 세미나를 통해 여러 학회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보험사에게 조사권을 부여하고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경찰 등과 연계해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권한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는 것을 상기시키자 이 팀장은 세미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이 상호 연계체제를 구축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궁극적으로 금융감독원은 보험소비자들을 위한 기관이며 보험사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고 강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에게 조사권이 부여된다고 해도 앞으로 예견되는 우려들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 측이 이미 보험사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인력을 비롯한 보험사들의 노하우를 도움 받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에 금감원이 조사권의 행위 주체가 된다고 해도 '정보유출 위험'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며 이에 따른 보험사들의 횡포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은 "국내 생보사의 경우 지난 한 해 5000만건 계약중 보험사기는 148건으로 지난달 보험사기방지세미나 발표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0.000029%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갖고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이 농후한 조사권을 부여받으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이 절대로 진행돼서는 안되며 상정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 검토·심의해 개정안 발표… "부작용 최소화했다"

한편 이 법령을 심의하고 있는 재경부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조사권을 비롯한 보험업법개정과 관련, 일체 설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

이 보험업법개정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한 사무관은 "아직 어떠한 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며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이제 법개정안을 공시했으니 차후 시행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단지 이 사무관은 "보험사에게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검토한 적이 없으며 금감원에게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금감원으로부터 내용을 받아 이를 보험업법에 포함시켰다"며 "이에 대한 확실한 결정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차후 미비한 내용은 다시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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