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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고귀한 사랑의 결실이었던 수원성. 서울서부터 내려와 수원에 들어서면 고고한 모습으로 미소를 띠우고 있는 장안문(북문)을 만난다. 어쩜 도심 한복판에 저토록 고귀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200년의 세월의 차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심과 잘 어울리는 그 모습은 선조들이 이미 지금의 수원의 모습을 설계라도 해놓은 듯했다. 유네스코도 감탄한 효와 기술에 대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수원성은 1796년(정조 20년)에 완성된 것으로 구릉의 평지를 따라 축성한 평산성인데 둘레가 지그마치 5520m나 한다. 창룡문(동문), 화서문(서문), 팔달문(남문), 장안문(북문)의 4대문을 비롯해 화홍문, 방화수류정, 사정대 등 유서 깊고 아름다운 고적이 고스란히 도심의 한 복판에 남아있어 조선의 성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정말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성이다.

특별히 수원성은 정조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품고 수원으로 수도를 천도하려고 계획하여 반계 유형원과 다산 정약용의 축성 기법을 기초로 하여 쌓았기 때문에 가장 근대적이면서 전통적인 양식을 그대로 갖춘 장엄하고 우아한 성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성곽을 따라 오르면서 등 뒤로 펼쳐진 성과 도심의 조화를 바라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수없이 지나쳤어도 맛볼 수 없는 감동을 뜻밖에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상상해 보라.

사람들은 정말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가치를 너무나도 자주 잊고 산다. 보물이 우리 발 아래 있었어도 우린 그것이 보물인 줄 알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한 어부가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아주 이른 새벽에 그물을 들고 고기잡이 하러 나섰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주변은 칠흙같은 어둠에 아직 덮여 있었다. 늘 가던 길을 걸어가고 있던 이 어부는 갑자기 발에 무언가가 채이는 것을 느꼈다. 더듬어 주워보니 무슨 주머니 같은 것에 돌멩이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선창가에 다다른 이 어부는 아직 어두워 배를 띄울 수가 없어 날이 새기만을 기다리면서 앉아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돌멩이 같은 것을 하나씩 바다에 던지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이윽고 날이 새기 시작하였고 수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부는 주머니 속에 담겨진 마지막 남은 돌맹이 하나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일어나서 배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돌을 집어 던지려 했다. 순간 태양빛이 그 돌멩이를 비췄는데 그곳에서 밝고 영롱한 광채가 났다. 어부가 손을 내려 손바닥을 펴 보니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진주였다. 어둠 속에서 진주의 가치를 모르고 바다속에 다 던져 버린 어부의 어리석음이 바로 우리의 어리석음은 아닌가?

수원성의 방어 기능은 매우 과학적이었다. 화살과 청검을 방어하는 구조와 총포를 방어하는 근대적 성곽 구조, 거기에다 거중기 등 기계 장치를 활영하여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하였다. 뿐만 아니라 군수품 조달, 탈출 구인 암문, 성문 수호를 위한 적대, 대포 장치와 그 누각, 등의 과학적 설계는 과연 조선 후기의 문화적 황금기를 이룩한 정조의 업적다운 모습이었다.

정조대왕의 문화적 업적은 과히 세종대왕의 업적에 비교할 수 있겠다. 규장각을 설치하고 활자를 개량하여 서적 편찬에 힘을 기울여서, 증보동국문헌비고, 대전통편, 국조보감 등을 간행하였고, 친히 찬수한 팔자백선, 오경백선 및 자신의 문집인 홍재전서를 출간하였다. 특히 악형금지, 궁차징세법 폐지, 자휼전칙 등을 반포하였다. 앞으로 100여 년도 채 남지않은 조선조말의 국치를 생각해볼 때 정조대왕의 이러한 업적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시 전경과 성 외곾의 모습은 너무 멋졌다. 특별히 맑은 날 저녁 해질 무렵, 수원성의 유연한 성곽을 따라 낙조를 바라볼 때 그 아름다운 정취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서울에서 가까이 있기에 낙조를 보고 돌아와도 넉넉한 곳 수원성. 그러나 그 넉넉함보다도 더 가슴 뿌듯함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성이 아버지에 대한 고귀한 사랑의 결실이었기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참된 예절을 애써 가르쳐야 할 때, 자녀들과 함께 수원성에 들려 아버지에 대한 정조대왕의 사랑의 체취를 곳곳에서 느끼게 해주고, 보물 402호로 지정된 팔달문을 돌아, 맛있는 저녁 한 끼 사주면서 부모의 사랑을 전해 준다면 그 교육효과는 얼마나 뛰어 날까?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함께 어울어진 5월은 수원성을 찾을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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