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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소 찾느라 3시간 헤맸어요. 한 곳은 찾았는데 다른 곳은 어딘지 모르겠어요. 혹시 아는 곳 있어요?"

어색한 인사 대신 캐리어 영업소 위치를 먼저 묻는 그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캐리어사내하청지회(이하 캐리어 사내하청지회) 송영진 조합원이다. 그는 오늘(5월 8일)부터 시작된 캐리어사내하청지회(지회장 이경석)의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를 위해 부산에 왔다.

1인시위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송영진 씨는 캐리어 사내하청지회의 투쟁일지를 자판기처럼 쏟아 놓았다.
"작년 2월 20일 창립총회를 했고요, 약 450명이 조합원이 모였죠. 22일 설립필증이 나왔죠. 그 뒤에 짤렸고. 4월 16일 부분파업에 돌입을 했고요. 20일 전면 파업. 25일 공장 점거. 그리고 5월 1일 구사대들의 침탈. 그 뒤 회사앞에서 천막농성 돌입하고 17일 구사대들이 두들겨 패고. 그리고 20일 공장진입투쟁 하고. 그 다음날 21일 또 당했죠. 7월 4일 전남 도청 분수대 앞에서 기습시위하고. 8월 1일 103명이 정규직화 되었죠. 얼마전에 1주년 기념 집회 했고요, 이경석 위원장과 김남균 사무국장이 삭발을 했죠. 그리고 광주부터 1인 시위를 했고 오늘부터 부산 서울 인천 동시다발로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그가 먼저 찾아간 곳은 남산동에 위치한 부산영업소.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별로 없어 시위효과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 조건이 무슨 상관있는냐는 듯 피켓을 메고 그는 시위를 시작하였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조금은 아쉬웠는지 그는 "점심 시간때 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지나다니면서 좀 보는데..."하며 5층에 위치한 캐리어 영업소를 한 번 쳐다본다.

약 1시간 가량 1인 시위를 하고는 다음 장소를 물색한다. 주소만 달랑 적힌 것만으로는 장소를 알기 힘들었지만, '가서 찾아보자'며 움직일 채비를 서둘렀다.

"제가 다닐 때 기본급 48만 원 받았어요. 특근 이런 거 안하면 못 먹고 살죠. 여자들은 더 못받았구요. 당연히 4대 보험은 없는 것이구요. 산재가 났다. 이러면 그날로 짤리는 거죠. 먹고 사는 거요? 뭐 다들 총각들인데 돈 들어 갈 때가 있나요? 그냥 같이 밥해 먹고, 그러고 사는 거죠."

투쟁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가다 보니 파란색 간판이 보였다. '캐리어 에어콘'이라 적힌 간판을 확인하고는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1인 시위를 시작하였다.

한산하였던 남산동 영업소와는 달리 지나 다니는 사람도 많고, 피켓을 몸에 걸자마자 가게에서 직원들이 뛰어 나온다. 언성을 높이며 불쾌감을 표시하더니 급기야 경찰을 부른다. 송영진 조합원은 이런 일은 일도 아니라는 듯이 본사에 전화를 걸어 빨리 해결하라는 말이나 해달라며 웃는다. 직원들과 승강이가 계속되는 사이 경찰이 왔다. 소속과 요구하는 것을 묻는 경찰에게 그는 캐리어의 투쟁일지를 다시 한번 내뱉었다.

'제가 이러고 있는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오죽하면 광주에서 여기 부산까지 왔겠어요? 그러니 아저씨도 캐리어 본사에 전화를 해서 빨리 해결하라고 해주세요. 네?'

경찰은 별다른 말을 더 이상하지 않고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피켓에 든 사진이 신기한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직원에게 그는 다시 한국사회 비정규직현실에 대해 말한다.

"이거요. 실로 꿰매지 못해서 호치키스로 박은 거예요. 이렇게 다친 사람이 30명이 넘어요. 이빨 8개 나간 사람도 있어요. 여기 오래 있을 거 아니죠? 군대 갔다오고 나서 취직 할 거죠? 여기 써있는 비정규직이 60%가 넘고요, 월급은 정규직의 50% 밖에 받지 못했요. 캐리어 같은 경우 정규직의 40% 였구요. 그런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노동조합 만들면, 짜르고 두들겨 패는 것이 한국사회란 말입니다. 그런 세상 바꿀려고 이러는 거예요."

믿을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은 예외라고 믿기 때문일까? 그는 피켓을 다시 한 번 보고는 서둘러 장갑을 끼고 자리를 떠난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몸에 걸었던 피켓을 내려놓고는 좀 전에 승강이를 벌였던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인사는 해야 한다며 들어간 그의 인사 시간이 길어졌다. 아마도 비정규직의 현실과 캐리어사내하청지회의 투쟁의 정당성을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밖에 서있던 나에게 누군가 커피를 건네준다. 들어와서 마시라는 말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아까 언성을 높였던 직원은 사과를 한다. 그러고는 오늘은 참지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내일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문을 나선다.

1년이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캐리어사내하청지회.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와 100m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막으려는 사측에 맞서 4월 22일 광주를 시작으로 5월 8일 서울, 부산, 인천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번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블랙리스트 유포 등의 인권침해를 한 (주)캐리어의 현실을 폭로하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힘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캐리어 사내하청지회는 "작년 파업투쟁에서 정규직노조원이 구사대로 돌변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했던 역사를 전국의 노동자들의 모범적 연대속에서 승리하였다는 역사로 만들자"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사회 60% 이상이 비정규직인 현실. 52% 노동자가 월 1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사회.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캐리어사내하청지회 투쟁의 승리는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의 호소에 우리는 연대투쟁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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