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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골에서 거짓 없이 진실하게만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살아왔던 50여 년의 세월을 접고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임했으나, 시골경제 사정이 안 좋아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황혼기에 어려운 도시생활을 하기로 했다. 무엇을 할까 고심하다가 막내 아들과 같이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2000년 4월에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신구대앞 5층 건물에서 자영업을 하기 위해 상가를 계약하고 개업 준비를 시작하였다.

도시지역이라서 그런지 인심이 야박했다. 시골에서 온 터라 도시인심이 참으로 야속하고 적응이 잘 안되었다. 농촌도시에서 훈훈한 인심속에 살다가 이웃끼리 눈길도 주지 않는 분위기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니 서글펐다. 모르는 것은 이웃상인에게 계속 자문하여 3개월 후에 개업을 하고 3개월쯤 지나니 조금 안정이 되었다. 개업하고 보니 15개 점포가 한 건물속에서 약국, 노래방, pc방, 미장원, 병원, 호프집, 안경집, 도장, 컴퓨터 집 등이 이웃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얼굴도 이름도 성도 모른 채 살기에만 급급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상인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할 수 없나 생각 끝에 상가 상조회를 조직하려 하였으나 협조가 잘 안되었다.

내가 입주하고 6개월쯤 되었을 무렵 2층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변 사장이 58세의 나이로 술을 먹고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생겼으나 이웃에서 문상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입주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나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문상을 다녀오고 주위에 알리려 하였으나 무반응이었다.

이 때 전화요금, 전기요금 고지서 등 15개 상가의 우편물이 건물계단의 한 곳으로 배달이 되어 각자 찾아가는 형태였다. 당시만 해도 우편물이 많이 분실되어 각종 공과금의 과태료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나는 상인과 서로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우편물을 각 상가로 배달해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8월부터 우편물을 우체국에서 오는대로 1층서부터 4층까지 전부 배달하기 시작하였다. 상인끼리 편지배달을 구실로 일주일에 3~4번씩 만나서 서로 어려운 이야기도 하고 하다가 현재는 아주 친한 이웃이 되고 지금은 상가 상조회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어 상인끼리 인간관계가 돈독해져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2년간 편지배달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내가 이 상가에 입주하고 있는 한 편지는 계속배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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