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 대선 경선 대구지역 대회를 며칠 앞두고 한 후보를 사칭해 잘못된 경선일정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보내져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이 '괴 메시지'의 출처를 놓고 그 배경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대구지역 국민선거인단인 배아무개(45. 주부) 씨는 의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고 놀랐다.

국민선거인단으로 선정된 후 각 후보진영에서 하루에도 수 통의 메시지를 보냈던 터라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이날 받은 메시지는 남달랐다.

"노무현입니다. (대구) 경선일은 7일입니다"

이 메시지는 경선일이 당초 알려진 '5일'(금요일)이 아니라 7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일 표시까지도 '일요일'이라고 자세히 제시한 메시지였다.

3일 오후 기자를 만난 배 씨는 "분명히 우편물을 봤을 때도 5일이라고 했는데 난데없이 7일이라고 이야기하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런 내용이 들어왔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배 씨가 받은 메시지는 "노무현입니다. 7일(일요일) 선거에 꼭 투표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이란 내용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무현 후보 측은 난데없는 문자메시지로 인해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황당해하고 있었다. 배 씨 외에도 이런 '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더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의 대구지역 선거캠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의원·당원 선거인단을 제외한 대구지역 국민선거인단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문자메시지를 받고 지역캠프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난감해했다. 오히려 노 후보 측은 이 문자메시지로 인해 빚어질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고 있었다.

현재 지역캠프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괴 메시지'가 전송됐고, 그 수는 500명에서 700명선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선거인단 중에서도 특히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이 문자메시지가 대거 전해지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이 있다"고 배후에 대한 의문을 강력히 제기했다.

"노무현입니다. 경선일은 7일입니다"? - 이 메시지에는 경선일이 '일요일'이라는 점까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혹시 이번 '괴메시지 배달사건'에 노 후보의 측의 실수는 없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노 후보의 지역캠프 관계자는 "7일이라는 수자는 대구경선에도 애초 없었고, 요일까지 실수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 괴 메시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번 메시지는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채 보내졌기 때문이다.

한 이동업체 관계자는 "일단 발신번호가 추적이 가능하더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대량으로 보내졌을 경우에는 발신자를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대의원·당원 선거인단을 제외한, 일반 국민선거인단에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보내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 가지 추론이 가능해진다.

괴 메시지 전송, 투표율 저하 노리는 '조직적 의도'는 없나?

일단 노 후보 측의 실수가 아니라는 전제를 놓고 본다면, 투표율 저하를 노리는 이들의 '조직적인 의도'일 공산이 크다. 특히 대의원·당원 선거인단에 비해 다소 비조직화된 국민선거인단에 대해 집중적으로 메시지가 발송됐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서 상대 후보진영의 관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인제 후보 측 지역캠프 관계자는 "괴 메시지가 발송됐다는 이야기는 오늘에야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우리를 메시지 발송자로 겨냥해 공격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정동영 후보 측 지역 담당자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생소해하면서도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투표일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우리가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가 믿고 있는 것이 국민선거인단의 지지인데 투표율이 떨어지게 된다면 정 후보의 표도 떨어질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노 후보 측 지역캠프는 이번 괴 메시지 배달사건으로 대구지역 전반의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며 국민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경선일을 제대로 알려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운동도 바쁜 마당에 이 메시지로 인해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