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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아침에 생수로 밥했어요. 어제는 물이 나온다고 해서 받아놓은 물을 다 써버렸는데, 또 단수요? 이게 대체 뭡니까. 세금은 있는대로 다 내고 사는데 말이죠."

때아닌 사고로 단수가 하루 더 길어진 23일 아침 용해동에서 만난 한 시민(35(?)/주부)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단수가 21일 밤 11시경 또다시 상수도관이 터져 23일 저녁까지 시민들은 물전쟁을 치러야 했다.

특히 목포시가 사고발생 이후 알린 수돗물 공급시간이 9시간가량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을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목포시는 호남선복선화 상수도관 이설 공사로 저지대는 48시간, 고지대는 60시간 동안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21일 새벽 5시경 상수도관 이설 공사가 예상보다 빨리 완료돼 이날 오전부터 수돗물이 재공급됐다. 하지만 밤 11시 30분 신설관과 기존관 이음새 뒷편 기존관 사이 이음새가 밀려드는 수압을 못이겨 고무패킹이 이탈하면서 또다시 목포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최악의 황사와 함께 겪은 22일 '세계물의 날'을 맞아 단단히 겪은 수돗물 대란이었다.

공단은 물이 나오지 않아 가동을 멈춘 상태이며, 일부 병원은 물이 나오지 않아 입원환자의 밥을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금요일 학교도 급식을 멈췄다. 또한 주말 특수를 누릴 횟집은 물이 모자라 애를 태워야 했고, 시민들은 물이 부족하여 밥을 못하거나 이틀 이상 머리를 감지 못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22일 만난 용해동에 사는 새댁 김모 씨는 "말도 말아요. 물 안나오는데다 황사까지 겹쳐서 빨래도 못하고…. 또 어제 물이 나와서 그동안 저장해놓은 물은 허드렛 물로 다 써버렸죠. 이럴 땐 정말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니까요." 라며 올해들어 가장 심한 황사에다 하필 단수까지 겹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보다 아파트의 사정은 나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었다.

ㅅ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미리 지하탱크에 물을 채워놨지만 수돗물 공급이 언제될 지 몰라 물을 아끼고 있어 주민들이 다소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항동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상인은 "잘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도 수도세는 비싸면서 왜 단수는 이렇게 잦은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불평은 그대로 목포시 자치단체로 이어졌다.

죽교동에서 만난 고진철 씨는 "이렇게 단수해 놓고 다시 시민들의 충복이 되겠다고 나오면 누가 뽑아주겠느냐"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산정동의 한 냉면전문점 주인은 "오늘 갑자기 물이 안나와 시에다 전화했더니 죄송하다는 말밖에 안하더군요. 그리고 점심때 외부에서 연수 온 단체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목포는 왜 이렇게 물사정이 안좋냐며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손세차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 세차장은 "오늘 갑자기 물이 안나와 황사 때문에 대목인 지금, 이렇게 손놓고 아예 쉬고 있다"며 “이를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22일 목포시는 소방차 4대와 군부대차 2대를 동원 비상급수에 나섰지만 물공급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정농공단지의 한 수산물가공업체는 21, 22일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휴일에 나와서 일을 보충해야했다. 23일 오전 10시경, 사고로 물공급이 하루더 늦어진 목포시청 상수도 사업소 10여명의 직원들은 모두 서서, 쉬지 않고 울리는 항의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틀간 세운 하얀 밤과 항의전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표정은 지쳐 있었고, 시켜놓은 도시락마저 먹지 못한 채 젓가락만 잡고 있었다.

경남기업의 작업 부주의와 시의 허술한 작업대책으로 인해 24만5천명의 목포시민들은 나흘간 크나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목포한겨레리빙'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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