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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가 판치는 우리사회에서 동업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감수해야 함은 물론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진정한 비판과 토론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한매일 백무현 화백이 오늘(13일)자 중앙일보 김상택 화백의 만평에 대해 비판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둘러싼 각계의 건전한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택 화백 자신이나 또는 김 화백의 만평에 동의하는 분들의 반론을 적극 기대한다.<편집자 주>

▲ 중앙일보 13일자 <김상택 만화세상>.


안녕하십니까? 김상택 화백님.
저는 <대한매일>에서 대한매일만평을 맡고 있는 백무현입니다. 면식도 없는 후배격 화백이 공개적으로 편지를 올린데 대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에 실린 김 화백님의 <김상택 만화세상>을 보고 분노와 허탈감으로 희망의 아침이 송두리째 무산되는 아픔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어제, 저는 통음을 했습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어젯밤을 보낼 수 있는 독기가 제게는 없는 나약한 심성 탓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근태의 좌절이 곧 '우리들'의 좌절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근태 후보가 제주경선이 끝난 후 맨 꼴찌기록에 대해 내뱉었던 독백같은 소감, "고문 당한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는 이 외마디 절규가 아직도 가슴을 할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현실 정치의 칠성판 위에 김근태를 다시 올려 놓고 이근안의 얼굴로, '고해성사'에 대해 보복을 가하는 가혹한 고문을 했는 지도 모릅니다.

어젯밤의 통음은 '나도 그 고문기술자의 일원이었다'는 자책, 그에 따른 죄책감을 술로 모면하고자 하는 얄팍한 계산도 작용했습니다.

김화백님.
저는 오늘 화백님의 만평을 보고 '시사만평가는 무엇인가'라는 명제적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촌철살인'이라는 상징언어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화백님이 경향신문에서 중앙일보로 옮겼을 때 일부에서 제기한 '돈에 팔려갔다'는 비난의 대열에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인에 대해, 더구나 유명인에 대해선 혹독하리만큼 도덕성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비뚤어진 의식세계를 늘 경멸해 왔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늘 김 화백님의 처신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설파해오곤 했습니다. 김 화백님의 건강한 정신세계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제 김 화백님에 대한 옹호와 지지를 철회합니다. 오늘 만평은 시사만평가가 진실을 얼마나 그릇되게 왜곡하고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는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 경선후보 사퇴를 발표하고 있는 김근태 고문.
김근태의 사퇴 이유가 경기고 출신임에도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에게 지고, 그것도 꼴찌를 하여 동문들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다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에 대해, 저는 같은 시사만평가로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앞서 말한 '시사만평가는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저는 '동시대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싸우고 분노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답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김 화백님. 저는 김근태의 좌절에 대해 동시대인들처럼 왜 아파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존칭)의 세계인데 제가 굳이 그 사유의 공간에까지 들어가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문제의 본질은 진실의 왜곡이라는 점입니다. 김 화백님은 자신의 정치적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고해성사한 김근태의 처절한 양심선언도, 그 많은 정치인 중 깨끗하게 일관되게 삶을 살아 온 김근태의 일상의 역사도 싹 무시해 버리고 한낱 고교출신의 대결로 폄하해 버리는 폭거를 저질렀습니다.

김 화백님은 과거에도 모든 사안을 학연, 지연으로 몰아 왜곡, 이간질과 지역감정을 자극해 내는 특기를 발휘하곤 했습니다.

▲ 백무현 화백이 그린 13일자 <대한매일만평>
그래도 저는 김 화백님의 처지를 고려하며 옹호해 왔지요. 아니, 같은 동업자로서 내부고발 금지의 패거리 윤리의식을 수호하기 위함이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이제는 그런 악습과 결별합니다. 오늘 비판이 그것의 실천입니다. 김 화백님, 저는 김근태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감옥이라도 갔다 온 적이 있느냐, 독재타도 시위에라도 참여해 봤느냐 따위의 근본주의자적 질문에는 회의적인 사람입니다.

다만, 김근태의 비통에 젖은 외마디에 대해 단 5분만이라도 사유해 보길 강권할 뿐입니다.

"고문 당한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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