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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진


움츠리고 있던 하얀 날개가 활짝 피어오릅니다

그가

벽에 기대어
양 어깻죽지에 힘을 줍니다.

움찔 움찔.
움츠리고 있던 하얀 날개가 활짝 피어오릅니다.

세상을 모두 덮을 만큼 커다란 날개는 하늘 향한 그의 몸짓입니다.

힘차게 땅을 박차고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그렇게 그가 날아 갑니다.

어느새 구름 속 둥실둥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에도 오르고
세상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 바다 위에도 기웃거리다가.

그러다가
저 아래 뛰노는 동네꼬마들 틈 속 한 아이에게 두 눈이 다가 섭니다.
밥 먹으라는 어미의 부름도
부지깽이 들고 내쳐오는 애비의 호통도 보입니다.
그 아이는 어릴 적 자신 바로 그입니다.

밝음이 어둠 뒤로 물러난 뒤
어느새 다시 제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는 막힌 쇠창살 안에 다시 벽에 기대더니 슬며시 날개를 접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누군가의 관심도
이곳엔 없습니다.

날개를 접은 그가
가만히 눈을 감고 조금 전에 만난 어릴 적 자신을 떠올립니다.

웃으며 밥 먹으라 재촉하시던 어미를,
꿀밤 먹이며 어우르던 애비를….

꿈속에서 그는
다시 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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