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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통령 예비 후보 선출을 위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초등학교에도 학생 대표를 뽑는 2대 선거가 진행되고 있죠. 그 하나는 학급 반장 선거. 나머지는 학교 어린이 전체를 대표하는 어린이회장 선거입니다.

보통 학급 반장선거는 직선인 반면, 어린이 전체를 대표하는 어린이회장 선거는 반장들이 뽑는 간선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어린이 회장도 학생들 전체가 뽑는 직선제가 차츰 늘고 있죠.

오늘은 학급 반장들이 모여 회의하는 학교 모임인 '어린이회'와 어린이회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변 교사들이 첫 번째로 꼽는 문제는 '있으나 마나 어린이회'라는 것이죠. 반면 이 어린이회에 아이를 보낸 반장의 어머니와 회장의 어머니는 '할 일이 무척 많은 편'입니다. 다시 말해 역할 낮은 어린이회 속에 역할 높은 임원 어머니회가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죠.

거꾸로 된 어린이회

일주일에 한 번 전교어린이회 실시. 또 다른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학교 어린이의 대표기구인 전교어린이회가 하는 일을 뽑아보고 있는데요.

학교에 따라서는 방송조회 사회를 보든가, 대운동회 차전놀이 할 때 대장 노릇을 하기도 하겠군요. 이에 대해 주변 교사들에게 물어본 결과도 불우이웃돕기, 노인정 방문과 같은 일들 외엔 큰 소득이 없군요.

이나마도 학교운영계획에 따라 지도교사나 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죠. 이렇게 본다면 너무 한 쪽 면만 본 것이 될까요?

전교조 대전지부 전 참실위원장이었던 박병관(대전 대암초) 교사는 "학급 어린이회야 담임 교사가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차별성이 있겠지만, 사실 전교 어린이회가 있으나마나 한 기구인 것은 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교어린이회는 이미 무늬만 남아있는 셈.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처음 담임을 맡은 새내기 교사 한 명이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2학기 학급 반장이 전교어린이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요. 글쎄 가나마나 똑같은 얘기만 하니 갈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그래서 '책임감이 없는 녀석이 말만 많다'면서 혼내주긴 했지만 영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더라고요."

학교 눈치만 살피게 만든 어린이회

이 아이의 말이 맞지 않을까요? 두산대백과사전은 '단체자치'의 뜻으로 '어떤 단체가 중앙기구와 독립하여 그 단체의 의사 및 기능을 결정하는 일'이라 적고 있군요. 학생들이 어린이의 일을 스스로 폭넓고 깊게 결정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아주 어려운 형편이죠. 오히려 전교 어린이회 임원들은 누구보다 학교의 눈치를 더 보는 역효과가 생길 지경입니다.

지난해 겨울 강원도 C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 어떤 아이가 건의사항으로 '따뜻한 물이 나오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회장이 곧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그리고 황당하다는 듯 내던진 말,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깁니다. 어떻게 학교가 따뜻한 물을 나오게 할 수 있어요?"

이를 전해들은 이 학교 원유림 교사는 "더 딱한 일은 회의에 참가한 반장들이 회장의 이 말에 당연하다는 듯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학급을 대표해서 나온 어린이회 임원 스스로 교장선생님과 지도교사의 눈치를 살피게 만든 전교어린이회 지도구조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회를 바로 세우자

이에 반해 반장과 어린이회장을 배출한 학부모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이 문제는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얘기된 터라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지경입니다.

'어린이회인가? 임원 어머니회인가.' 이렇게 헛갈릴 정도로 '거꾸로 된 어린이회'를 이제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바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회에 줄곧 큰 관심을 나타낸 방대곤(전교조 초등 정책실장) 교사의 말은 새겨 들을만 합니다.
"교사 스스로 전교어린이회 결정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려는 자세를 갖지 않았던 게 문제지요. 오히려 전교어린이회에 학교에서 요구한 안건을 강요했을 뿐이죠. 임원을 둔 학부모들도 아이에게 봉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해야지 스스로 나서면 어린이회를 더 망치는 일이란 걸 아셨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과 월간 우리교육에 실린 내용을 상당 부분 깁고 고친 것입니다.  

"학교 교육의 뿌리는 바로 초등학교. 이 초등학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를 흔드는 주범은 누구일까요? '7死 7生'으로 나눠 다루어봅니다. 
이 글을 쓰는 까닭은 학교의 문제를 없애는 게 모범을 창출하는 길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교의 발전방향에 대해 머리 맞대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우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찾아보자고요. 우린 혹시 생각만 바꾸면 될 일을 50년 동안 거리낌없이 해오거나 그저 지켜만 본 건 아닐까요? 

앞으로 3월초까지 2~3일에 한번씩 생각해 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7사 7생 '관리자의 분리 불안증'은 3월 11일에 올라갑니다.

<초등교육 7사 7생 시리즈 차례>
1사=교사·학생은 배달부, 1생=소년신문 가정 구독
2사=아이들 돈으로 내는 교장단 회비, 2생=교원단체 회비는 스스로 힘으로
3사=공포의 폐휴지 수합, 3생=가정 분리수거에 맡기자
4사=3월 2일자 담임발령, 4생=담임발령은 방학 전에
5사=학교 안 청소년 단체, 5생=지역 청소년 단체
6사=있으나 마나 어린이회, 6생=어린이회를 학생자치기구로
7사=관리자의 분리불안증 7생=교육소신에 바탕한 관리자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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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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