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럼 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무협이 번창하지 않는가? 우리나라같이 삼류문학으로 천시해서인가? 천만에 만만의 말씀이다. 중국에서는 삼국지, 수호지 등의 고전을 이런 무협소설의 원류로 본다.

중국 문학의 하나의 장르로 보고, 재미있게 읽으며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권장한다. 한자와 문장을 익히게 하는데 따분한 내용을 가진 책보다는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담은 재미있고 신나는 무협이 수업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대학에서는 교재로 삼고 가르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는 무협소설이 우리나라같이 번창하지 않는가? 대답은 않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전에도 거론했지만 대만의 교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초등학교 1, 2학년정도의 아이가 만화책을 보고 깔깔 웃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왜냐하면 대만에서는 만화에 나오는 글을 읽고 이해하려면 빨라도 초등학교 5, 6학년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으려면 오랫동안 충실한 교육을 받아야한다. 우리같이 중·고교생이 웬만한 소설책을 재밌게 보기는 어렵다.

중국에서는 이제 간화된 한자를 배우는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같이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글자가 아니라 뜻이 있는 글자이기 때문에 한자와 한문을 배워 책을 읽는 것도 어렵지만, 실제 재밌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힘이 든다.

자신이 상상한 것을 쓰려면 머릿속에서 굴리다 뜻에 맞는 한자를 골라내어 문장을 써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중국에서의 소설가는 대학교수나 신문기자등과 같이 문장을 많이 써본 사람이 하고 있어 사회의 최고 지식인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정도까지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그만큼 다양한 상상력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수는 중국의 엄청난 인구에 비해서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또 컴퓨터로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일일이 알파벳을 입력하여 한자로 변형시켜야하는데 우리가 한글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시간의 몇 배가 걸린다. 그래서 펜으로 직접 글을 쓸 수밖에 없고, 보다 재미있는 내용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드는 것이다.

현재 중국어권은 무협소설을 읽고 있으나, 뛰어난 작가의 소설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던 김용의 작품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최고의 소설로 인정되며, 김용을 알아야 중국인들이 서로 대화가 될 정도이고, 영화나 게임에서도 김용의 작품을 최고의 소재로 하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작가의 탄생은 어렵고, 더 뛰어난 작품은 나오기가 힘들다. 그러니 현재 홍콩이나 대만에서는 무협소설이 공포, 엽기, 괴기물로 변질되거나 수준이 많이 떨어져 진정한 무협 맛이 나는 소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무협이나 환타지를 쓰는 작가들은 전문작가들도 있지만, 요즈음은 인터넷의 활성화로 중고교생까지 쓰고 있다. 한창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때에 소설을 쓰는 것이다. 비록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많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어휘력이 늘어 가고, 문장을 멋지게 다듬으며 쓰게 된다. 또 그들이 많은 책을 내가며 경험을 다지면, 그 영역은 갈수록 넓어질 것이다. 현재 환타지 만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무한한 세계를 소설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의 무협소설은 그 수준이 높은 편이다. 아직 예전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한 삼류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것도 많지만, 동양적인 철학이 담겨있고, 글의 짜임새도 잘 짜여있고, 글의 주제와 스토리가 다양한 소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요즈음에 김용의 “영웅문”이 번역되어 들어왔으면 전과 같은 판매부수는 기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제 무협소설은 영화나 드라마, 만화, 게임 등에 많은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영화산업은 무협물이 일으켰고, 일본에서는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컴퓨터 게임, 오락기 산업이 이미 오래 전부터 활짝 꽃을 피웠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권과 심지어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무협소설 독자들은 넓게 분포되어 있다. 무협소설은 이제 중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무협소설을 중국어권에 번역하여 펴내는 것이다. 중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문제지만 번역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힘들다면 양성을 해야하지만 중국동포를 통할수도 있다.

작년에 대만에서 우리의 환타지 소설인 ‘드래곤라자’가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가을동화’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출판되어 많은 판매가 이루어졌다. 처음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재미와 흥미를 인정받으면 높은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우리 무협시장에서 재미와 상업성이 인정된 소설을 선정하여 출판을 한다면 대단한 선풍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이질적인 문화가 아니고 바로 그들의 땅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도 덜할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식으로 펴내는 것이 아니라 협회 같은 곳에서 감독을 철저히 하여 양질의 작품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그 파급은 어떨까? 무협작가들은 양질의 글을 써야만 국내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중국에서 자신의 글을 출판하게 된다. 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주제의 수준 높은 소설이 많이 나올 테고, 많은 신인작가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무협소설은 그 수준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그들 작가의 책보다 더한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다. 중국어권뿐만 아니라 예전에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나라에도 번역하여 출판한다면 동아시아에 새로운 한류문화를 창출하게 될 것이고, 미국 등의 서양에도 출판하게 된다면 세계에 동양적인 환타지 문학을 알리게 될 것이다.

환타지 소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고 수준 있는 환타지 소설을 세계에 번역하여 출판한다. 해리포터와 쥐라기공원이 세계로 출판되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듯이 우리의 환타지 소설도 세계에 번역하여 출판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소설문학은 장르간 통합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구분은 무의미해져 공상과학, 추리, 환타지, 심리, 공포, 성장, 탐구 등의 여러 가지 기법이 총동원되면서 철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독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순수문학만을 진정한 문학으로 치부하고 단순히 좁은 우리나라만 생각할 때는 지났다. 소설은 그 자체로 상품성이 있지만 이제는 게임이 되고, 영화가 되고, 가상현실의 소재가 되는 등 문화산업과 첨단산업에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우리의 문학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인이 읽게 하려면 이런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