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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은 저마다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은 물론 여러 가지.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인터넷을 이용한 멜진의 운영이 급부상하고는 있지만, 역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것은 책을 통한 것이다. 대선 주자들이 최근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갖고 자신의 저서를 알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지지자와 독자 입장에서도 한 정치인의 숨겨진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치인들의 저서는 가볍게는 일반 에세이에서부터 무겁게는 자신의 정책적 비전을 다룬 책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점차 대선 정국의 중심으로 다가서고 있는 대권주자들의 책을 모아 소개한다.

지난 주 유종근 전북지사의 일정은 그 누구보다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당내 다른 후보들의 하루 하루도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움직였겠지만, 유 지사의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소화해내기 힘들 정도다.
다음은 그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지난주 일정표의 일부.

21일(월) : 1개 언론사 전화 인터뷰 녹음
22일(화) : 4개 언론사 인터뷰, 2개 방송사 출연, 1개 방송사 대담 녹화
23일(수) : 3개 언론사 인터뷰

불과 사흘만에 11개에 걸친 언론사와의 일정을 소화해 낸 셈이다. 현 지자체단체장이자 후발 주자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유지사는 지난 해 11월 발간한 <유종근의 신국가론>을 통해서도 독자와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신국가론> 이전에도 <세계화와 지방화 시대의 지역경제>,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이상 95년), <한반도 통일의 철학적 원리>, <아내에게 들려주는 경제이야기>(이상 97년), (98년) 등의 많은 책들을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이 각자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정책적 비전을 독자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신국가론>(한국선진화연구회)은 제목부터 가장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제 역시 준비된 후보임을 암시하는 '사회적 자본의 시각에서 본 10가지 대안'.

그는 책머리를 통해 "나는 원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정치학이나 사회학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공부했다"며 "이 책은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그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 현장에서 느낀 몇 가지 아이디어를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이어 유 지사는 "우리 나라가 더 이상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안정된 기반 위에서 온 국민이 웃으며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선 사회 통합이 필요한데, 이런 사회적 통합을 이룰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며 발간 의도를 설명했다.

<신국가론>은 크게 '21세기 한국의 위치', '세계화 시대의 사회적 자본', '민주사회의 성공과 실패', '한국의 사회적 자본', '선진 한국 건설을 위한 실천적 대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여기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통한 '사회통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 지사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란 곧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를 의미한다. 협동, 남을 배려하는 마음, 질서와 원칙 지키기 등 전통적인 미덕들도 여기에 속한다.

이 신뢰의 회복과 구축을 통해 여당과 야당, 사용자와 노동자, 영남과 호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의 대립을 통합하자는 것이 유지사 논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지사는 정치와 사회의 소용돌이를 타파할 대안으로 10가지를 제시한다.

가장 먼저 그는 소용돌이의 핵심부에 집중돼 있는 권력의 분산을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총재 1인에게 집중된 정치 권력을 분산시키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미국식 '예비선거'를 도입해야 하며, 규제완화와 권한 이양을 통해 국가 권력을 국민과 기업 및 지방 정부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안으론 ▲검찰 중립의 제도화 ▲부정 부패 방지 제도화(전자 입찰제, 영수증 복권화 등) ▲국가적인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설명 ▲법치주의의 확립 ▲시장경제 원칙의 확립 등이 언급되고 있다.

사회 신뢰 회복 방안으로 거론한 작은 신뢰 쌓기 운동, 한국형 시민공동체 육성, 아동기 가치 교육에 대한 실천 등도 눈여겨볼 만 하다.
동시에 그는 너무 즉각적인 결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민의식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건설하려면 적어도 상당한 시간은 걸릴 것이라는 것.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라는 진리다. 우리가 첫걸음만 제대로 시작한다면 이미 오백 리를 걸은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상대적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유 지사도 어쩌면 이제 막 첫걸음을 옮기는 단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첫걸음이 과연 목표했던 바대로 최종 목적지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유 지사는 오백 리를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찾을 지 모른다. 선호투표제라는 새로운 제도 역시 그의 존재를 더 한층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국정운영의 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경제적 식견'이 꼽힌다고 볼 때 'CEO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함께 종종 거론되는 인물이 유종근 전북지사다.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랭킹사이트가 발표한 순위에서 정부각료-자치단체장 부문 1위와 네티즌이 선호하는 인기정치인 3위를 차지했다는 점 역시 그의 잠재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반면, 낮은 인지도와 전북의 동계올림픽 주개최지 탈락, 최근 행정평가에서의 저조한 실적,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환경단체의 반발 등 그가 국민들을 좀 더 설득해야 할 문제들 역시 산적해 있다.

"정치권의 한심한 모습에 대해 국민들도 어느 정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고 냉정하게 심판한다면 정치인들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이나 다 같은 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좀 더 큰 무대로 뛰어든 유지사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 민주신문 2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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