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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영균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곧 생존권입니다. 이동권이 있어야 교육의 기회가 있고, 교육의 기회가 있어야 취업의 기회도 있습니다. 취업의 기회라도 있어야 경제적 자립을 해서 살아갈 것 아닙니까..."

지난해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한 노부부가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의 추락 사고를 당해 부인이 숨지고 남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대로 된 도움도 받지 못하고 7m 아래로 떨어져 참사를 당한 장애인 부부의 사고가 일어난 지 꼭 1년, 이번에는 부산지역 장애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이동권 확보'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부산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연대(준)(이하 이동권연대)는 21일 오후 2시 30분 부산시 진구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장애인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지하철 승강기 설치,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근조(謹弔) 대중교통', '근조 버스'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약 40분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동권연대 장수호(37)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부산시의 행정이 이동권 확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내일이 바로 오이도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29일 부산시가 마련한 저상버스 시승식이 있어 참가해 보니 바닥의 높이가 75cm나 됐습니다. 이렇게 높은 버스를 저상버스라고 얘기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선전하는 부산시는 각성해야 합니다..."
"부산시청 가는 길" 내려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가 육교를 건너는 길은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험한 길이다.ⓒ오마이뉴스 김영균


집회를 마친 이들은 지하도를 건너 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향했다. 그러나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가는 길 역시 장애인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특히 지하도 계단에는 그나마 일반 지하철에 설치된 수직형 리프트도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앉은 채 참가자들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10년 만에 처음 버스를 탑니다"

집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휠체어 한 대당 3사람이 동원돼 50여 개의 층계를 3번 오르내리고서야 겨우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장애인 송성민(39) 씨는 "10년만에 처음 버스를 타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동안 외출하면서 줄곧 택시를 타고 다녔죠. 집회 덕분에 10년 만에 처음 버스를 탑니다."

그러나 높은 계단과 지하도, 육교를 건너 힘겹게 도착한 시청 앞에서 장애인들은 가로막혔다. 면담이 예정돼 있던 부산시장이 "수영구청에 가 있다"는 이유로 시청 직원들은 셔터를 내리고 출입을 막았다.

ⓒ오마이뉴스 김영균
참가자들이 "민원 접수하러 가는데 왜 막느냐", "시민들이 시청 출입도 못하냐"고 항의했지만 시청에서는 전경들을 동원해 입구를 봉쇄했다. 6명의 장애인과 20명 남짓한 시민단체 회원들을 막기 위해 '전투복'이 아닌 '운동복'을 입은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부산시 대중교통과와 사회복지과 관계자들이 시청 앞에서 이동권연대가 준비한 '질의서한'을 접수하는 것으로 집회가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시청 관계자들은 부산시의 이동권 확보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검토중'이라고만 답해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한편 장애인이동권연대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 1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 제소,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 등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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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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