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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계의 대부라 불리는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는 1980년대에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코미디를 통하여 국민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해왔다. 그러한 그가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에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MTV '방송 연예 대상'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는데, 그때 수상 소감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처럼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담배를 끊으라는 그의 간곡한 당부는 공인으로서 또 한번 뭔가를 우리에게 확실히 보여 준 것이었다.

이때를 같이하여 지난 3일 서울시 교육청 유인종 교육감은 담배와의 한판 선전 포고를 하고 나섰다. 이르면 올 6월부터 서울 전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절대 금연 구역을 지정한다는 교육감의 의지에 대하여 기자는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교육 살리기의 중추적 사명을 맡고있는 교육감의 이러한 단호한 의지는 교육 살리기에 앞서 담배 연기에 병들어 가는 학생과 교직원의 생명을 살리는 처방전이 되기 때문이다.

신년 초만 되면 애연가들은 어김없이 담배와의 한 판 전쟁을 치르곤 한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담배의 유혹에 또다시 넘어가기 일쑤이다. 이처럼 담배끊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이유는, 담배 주성분인 니코틴이 인체에 축적되어 일정한 양을 항상 요구하게 하는 중독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년 초의 금연 결심은 작심삼일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담배의 유혹은 비단 성인뿐만 아니라, 성숙기에 접어드는 청소년들에게도 강렬한 유혹이 되고 있는바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 주변 한구석에서 어른들 몰래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태반인데, 담배 피운 이유로 처벌을 가한다면 아마 학생들이 남아 있을 교실이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그 동안 흡연 장소를 지정하고 화장실에 재떨이까지 설치해 주는 것이 화재 예방을 위해서도 효과적인 예방책이 되어 버렸다.

또한, 생활 지도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는 소리는커녕, 학생들이 교사에게 담배 빌려 달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할 지경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이 금연을 선언하고 이미 금연을 실천해 옮기는 것은 진정한 사도로서 보기 드문 교육적 모델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흡연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것만도 아닌 것은 이들의 기본 생활 습관이나 생활 태도, 가치관 등이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만들어진 후에 학교 생활을 통해 다듬어지는 과정이다. 대부분 부모와 교사의 영향에 의해서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학생들에 대한 확고한 생활 목표를 가지고 이들을 지도할 때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가정이나 교육 현실을 보면 사실상 이들을 생활 지도하는 입장에서 바람직한 모델은커녕 오히려 음주와 흡연의 자연스러운 노출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담배 피우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흡연자를 훈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말보다는 행동을 배울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경멸하게 되며 경멸은 곧 부모에 대한, 교사에 대한 경멸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법과 질서에 대한 경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제 금연은 개인 차원이 아닌 가정, 학교, 사회, 정부 입장에서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과제이다.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점차 초등학생들마저 흡연율이 증가되는 흡연인구의 저연령화 추세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흡연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다양한 금연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교육 시설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 이전에 교사와 학부모에서부터 금연운동의 바람직한 본보기를 실천해야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학교로 금연열풍이 확산됨으로 깨끗한 학습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들의 건전한 심신발달을 도모하며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수도 서울의 금연 운동이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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