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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구경북>은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는 시도통합에 대한 전문가의 찬반 주장과 대안을 들어보는 특별기획 <시도통합 릴레이 인터뷰-대구경북통합 이렇게 생각한다>를 마련한다. 이번 특별기획을 통해 '주장은 있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도통합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통합 찬성론자인 박찬석 경북대 총장에 이어 두 번째 <시도통합 이렇게 생각한다>는 시도통합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영남대 행정학과 김시영 교수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김 교수는 "대구시는 대도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즉 교통, 환경, 주택의 문제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잘 해결해서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반면 경북은 농촌에 대한 기반시설, 농산물의 유통문제, 중소도시의 문제 등이 수요의 중심이 된다"고 주장하고 시도통합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시도통합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김 교수는 "대규모의 관료집단이 생겨나 관료화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가진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대도시인 대구와 농촌, 중소도시인 경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 우선 시도통합론에 대해 간단하게 교수님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한마디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분리상태로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더 형평의 원리에서나, 효율화 면에서 맞다. 우선 대구와 경북은 생활권, 문화적인 배경이 밀접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러한 권역이 같다 해서 또 행정적, 정치적으로 통합을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정치행정은 결국은 지역중심제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인데... 실제로 행정이 해야 할 일은 그 대상인 지역 특성에 따라서 일이 달라진다. 정치 행정적 수요에 있어서 대도시인 대구와 농촌, 중소도시 중심인 경북의 요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 '정치 행정적 수요'를 언급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를테면 대구시는 대도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즉 교통, 환경, 주택의 문제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잘 해결해서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경북은 농촌에 대한 기반시설, 농산물의 유통문제, 중소도시의 문제 등이 수요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상이한 상황에서 통합을 하게 되면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또 통합이 되면 대도시와 그 외 지역에 대한 행정수요로 인해 전문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통합으로 갈등이 생기게 되고 갈등을 해결하려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는 합리적인 안을 낳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절충안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덧붙이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문제도 도시의 문제는 발생할 때 발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더 많은 투자가 뒤따르게 되고 그래도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도시의 문제는 문제의 발생과 동시에 대처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대도시의 대응이라면 대도시 이외 농촌 중심지역은 그렇게 다급한 것이 아니다. 농어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금재원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성격이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 다른 것을 두고 한 주체가 놓고 결정한다면 전문성, 효율성이 떨어진다."

- 앞서 말한 부분이 통합으로 인한 문제라면 통합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은 있는가.
"원래 구역의 변경이 있을 때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행정구역 개편문제는 법제도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선거투표를 통해서 의견을 따르게 돼 있다. 우리도 의회에서 발의, 가결해서 가능하고 중앙에서 승인하는 것이다.

지금 지역주민들의 경우는 대구시민은 거의 다 (통합을) 반대할 것이고 경북도민은 무관심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광역단체라는 것이 일반주민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별로 없다. 실제로 광역단체에서 업무를 본다는 것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따라서 경북도민들은 도와 시가 통합하는데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단지 이해관계자 몇 사람들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아마 시장 군수 중에도 대구시와 경북을 통합하는 것에 찬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왜? 필요성이 없으니깐. 그래서 지역민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도간 통합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관료화"

- 행정기관의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에 있어서 가장 주의할 것은 관료화에 있다. 지역의 정치권력이 통합됨으로서 거대한 관료조직이 발생한다.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관료화에서 오는 폐단, 즉 관료가 이익화 되고 관료가 전횡을 하려고 하고 관료가 지나치게 자기네 중심으로 끌어가려는 것을 지방에서 경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료화에서 오는 폐단을 주의해야 하는데 대규모의 지역 정부가 들어서면 관료화를 조장할 수 있다."

- 대구, 경북의 통합으로 재정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두 개의 정부가 통합이 되면 외형적으로 규모는 커지지만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살림이 커지면 주민들이 바라는 이질적인 집단들이 원래의 재정수요와 통합에서 오는 또 다른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좀더 커졌다고 해서 재정자립도가 커졌다고 볼 수 없다."

- 대구공항이나 각 단체별 별도의 문화시설 건립 등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데...
"중요한 시설인 공항, 항만의 입지가 어디가 좋은지는 별개의 문제인데... 외국의 경우에도 공항은 대도시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현재 수요가 필요한 곳에 공항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안동사람들을 위해서 예천에 공항을 지었는데 지금 폐쇄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도 더 많은 공항수요가 발생한다."

- 대구와 경북은 기본적으로 문화적으로 동질성과 생활권도 거의 같다.
"역사적으로 뿌리가 같다. 현실적으로 생활권, 경제권이 동일 권역인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공공의 문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기본적인 것은 각각 특성을 살려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능률적이다."

"통합보다는 협력을 강화해야"..."협력은 주민자치 성숙하면 가능할 것"

- 현재와 같은 분리된 형태로는 대구시의 발전계획 수립에도 토지이용 등에 제약이 있다고 주장한다.
"토지이용 면에 있어서 통합이 되면 효율적으로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통합을 해야만 모든 공공시설,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도간 협력만 잘 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칙대로 분리된 상태로 협력의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협력이 안되기 때문에 통합해야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협력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경제적인 차원에서 협력을 하면 득이 된다는 것을 주민이 알게 됐을 때이다.

지금까지 협력이 잘 안됐던 이유는 주민들에 의해 직선으로 뽑혔는데 단체장과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역량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 시, 군과의 사무위탁을 꺼려 한다. 이것이 시민들의 의식수준도 향상이 되고 그러면 자기의 시장 군수가 꼭 '이것이 우리 것이다'라고 거머쥐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시, 군과 협력해서 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주민들은 지지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 군수가 중심이 돼서 협력을 하려고 하니 잘 안됐다. 협력을 잘 하는 것이 주민 개개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에 의해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은 의식수준이 그게 미치지 못하니깐 문제이지 앞으로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느낀다면 협력은 가능해진다."

- 지역 공동상표인 '쉬메릭'(대구), '실라리안'(경북)의 경우 굳이 두 개를 나눠서 운영할 필요가 있나. 이것이 사실상 단체간 협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원을 낭비하는 결과가 아닌가?
"지금 세계에서 쉬메릭, 실라리안이 안 알려진 것은 지역의 규모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니다. 상품 자체의 특성이라든가 질적인 문제 아니겠나. 그것 때문에 세계기준에 뒤떨어지기 때문에 잘 안 팔린 것이지 통합이 안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앞으로 세계수요는 그런 두 가지를 합하여 규모를 크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후기 산업사회 의식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규모가 작더라도 특색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통합에 대한 반대가 강한 쪽은 아무래도 대구시의 경우일 것 같은데... 이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이 보다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고 공공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합리적인 접근이지 어떤 이기주의와는 무관하다. 대도시의 문제와 농촌의 문제는 확연히 다르다. 문제의 해결 방법도 다르다. 다른 것에 대해 다르게 접근해야지 그것을 통합해서 접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구시가 재정적으로 손해보는 것 아니냐, 재정이 농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은 대구시와 경북의 재정 투입 시기에 있어서 선후차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경북도민들이 들으면 굉장히 서운해할 것 같은데...(웃음)
"그건 이해해야 할 것이 대구시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황폐화될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이 명확하다. 해결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대구시가 지금 수 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지금 통합해서 농촌으로 지원하면 대구시는 황폐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뭐가 더 시급한가를 따져야 한다."

- 81년 당시 시도 분리가 불순한 의도에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있다.
"배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북이 우리보다 행정구역이 많다', '통일을 대비해서 맞춰놓자', '고급공무원의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는 있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군정시절에도 서울시를 경기도에서 분리했고, 일반적인 시, 군과는 달리 취급하자 해서 516군사정권에서 서울시를 특별시로 지위를 변경했다. 또 부산이 대도시로 도시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심각해지니까 경남으로부터 부산을 분리해낸 것이 69년도쯤이었다. 대구시도 그래서 대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살림살이를 하는 게 좋다는 의미로 70년대 초부터 지역민들이 노력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받아주지 않다가 그러다 81년에 와서 분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되니깐 전국적인 균형을 위해서 광주, 인천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 도청이전 문제는 어떤가. 시도통합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통합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은데...
"도청이 정책적으로 보면 광역자치단체의 기관이니깐 그 구역 내에 있어야 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도청이전이 안되기 때문에 시도통합하면 그 문제가 없어진다는 주장은 너무 단선적인 주장이다. 도청이전 문제는 경상북도 도민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지금 이전에 대한 누군가가 보다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지역 정치가들이 표를 의식하다 보니 도청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청이전 문제는 시도통합 연관은 단선적인 주장"

- 지금 다시 통합 주장이 피어나고 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사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지역에 어떤 정치권력을 통합을 하는 것이 정당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지역을 하나의 권력을 통합해 놓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행정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행정관료들이 처음에는 지역간 갈등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택했을 공산이 크다."

- 앞으로 이 통합논란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지역민들 중 대구시민들은 거의 다 무슨 소리냐며 분리해서 손해보는 것도 없는데 또 통합하느냐 생각할 것이다. 또 경북도민들은 무관심할 것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그냥 통합하면 안 좋겠냐는 생각은 있겠지만 일반 도민들은 무슨 이해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다수 대구시민, 경북도민은 별 관심이 없다. 단지 그 관심 없는 것을 관심 있게 하기 위해 일부 정치인과 인사들이 이슈화 시켜서 논란을 삼겠는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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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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