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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울타리 속으로 숨은 친일인사 오욕으로 점철된 박흥식의 행적은 후대에 귀한 교훈을 남겨줄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은 오욕의 교훈일 뿐 찬미와 기념의 대상이 되긴 어렵다. 이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학교당국이 수용한 것은 매우 전향적인 판단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일제강점기 민족지사들이 세운 학교를 인수, 전투기생산 기술학교로 바꾼 뒤 노골적인 '황국사랑'의 구애를 펼쳤던 '조선 최고의 부자(富者) 친일파' 박흥식 동상이 광신학원에서 자진 철거된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교육현장의 친일파 청산'을 요구하며, 지난 두 달간 새벽바람으로 학교 앞 항의시위를 벌여온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의 줄기찬 투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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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이들의 시위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해왔던 학교법인 광신학원측은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과 조동걸 관악동작지부 대표를 불러 서로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전용해 광신고 교장을 비롯, 광신정보산업고, 중학교 교장과 서석호 행정실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동상철거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방학진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다는 구체적인 결정은 지난 13일 오후 광신학원 서석호 행정실장이 조동걸 관악동작지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통보해줌으로써 확인된 것이다.

박흥식의 아들인 박병석 이사장은 이 동상이 동문회 기증 형태로 세워진 것을 감안, 동상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을 동문회에 위임했으며, 동문회는 다시 회의를 통해 동상을 철거키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신학원측은 동상을 언제 철거할지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주위의 이목을 덜 받을 수 있는 겨울방학 때, 더구나 야간이 적기"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친일파 황신덕의 동상을 야간에 철거했던 서울 아현동 중앙여고의 전례로 설명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지극히 당연한 일이어서 따로 환영할 필요를 못느낀다"며 공식논평을 내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아직도 잔존해 있는 민족반역자들에 대한 숭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광신학원측은 동상철거 결정에 대해 "동문회의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며, 아직 구체적인 철거일정을 잡아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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