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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일간지 중에 하나라는 조선일보가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앞장서 광고량과 내용을 적절히 통제하는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해본다."

맨 첫 문장은 조선일보 독자마당에 투고한 한 독자의 글이다. 둘째 문장은 조선일보 독자부의 작문실력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조선일보에 대한 기대치로 둔갑한 것이다.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게재되는 독자의 글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논조와 내용이 바뀌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이 특정 신문을 비판하는 내용이 해당 신문의 분발을 촉구하는 기대치의 표현으로 180도 다른 논조로 뒤바꿨다.


'조선' 독자투고 내용 자사위주 편집 사실로 드러나

6일 조선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선닷컴(http://www.chosun.com) 독자마당 게시판에 네티즌 김혜민 씨(ID : eyewater00 /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2학년) 이름으로 '독자투고조차 멋대로 조작하는 조선일보'란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안티조선 우리모두(http://www.urimodu.com) 등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지금 신문을 보고 어이가 없습니다. 전화는 안받으시니 이렇게 글이라도 올립니다"며 자신이 기고한 글과는 달리 조선일보 찬양 기사가 실려서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 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뇨? 제 글을 함부로 고치신 분이 누구신지요? 기자의 기본 자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자의 윤리,도덕,,, 말 뿐인가요?"라며 자신이 투고한 글의 내용이 고쳐졌다며 반발했다.

김씨는 "일말의 양심이 있으시다면 단 한 줄이라도 사과의 글을 신문에 넣어주십시오. 아니면 지금 당장 제 글을 삭제하시든지요"라며 조선일보에 사과를 요청했다.

김씨는 "너무 화가 난다"며 "평범한 사람의 작은 권리는 이런 식으로 짓밟으셔도 되는 건지요?"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의 작은 권리 이런 식으로 짓밟다니"

김씨는 자신이 조선일보에 투고한 독자투고 원문과 조선일보가 편집한 '조작된 독자투고' 전문을 함께 올렸다.


< 독자투고 원본 >

섹션 신문= 광고 신문?

"잠 잘 때를 제외한 시간은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TV나 신문을 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옥외 광고, 전단지, 간판 등등 우리는 하루종일 수많은 광고에 노출된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좋은 정보를 얻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광고의 대홍수가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신문을 읽으면서 한 장을 그냥 넘기는 것은 예삿일이다. 신문의 전면 광고가 부쩍 늘어서 이제는 그 페이지들을 넘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신문의 경영이 광고주의 광고비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도를 지나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광고지면을 늘리는 방법으로 '섹션'신문을 이용한다. 12월 5일 조선일보의 섹션 2030은 총 8페이지 중 4.5페이지가 광고지면 이였다. 2030섹션 주제와 관련 없는 '썬앳푸드' 기사는 회사 홍보에 가까웠다. '연말 디너 가이드'는 연말에 몇 몇 식당들을 꼬집어 "그곳에 가세요"라는 식의 광고성 기사였다. 다른 기사들도 알맹이는 없고 기사지면의 절반이 사진과 그래픽이었다. 2030섹션은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섹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11월 23일 '술 빚는 마을'섹션은 7개의 주류 광고, 1개의 우유 광고로 지면의 45%가 광고였다. 기사는 주류와 음료에 관한 광고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그 기사 안에 제공된 자료화면들도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사진들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10월 달에 '마라톤'에 관한 섹션이 제공되었다. 그 섹션도 앞의 섹션과 비슷한 식이었다.

조선 일보뿐만이 아니라 많은 신문사들이 광고주를 많이 얻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3대 일간지 중에 하나라는 조선일보가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구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싣기 위해 섹션까지 만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섹션 신문 안의 광고 자리에 더 알차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는 건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가 앞장서...'로 둔갑

< 수정된 독자투고 >

[조선일보를 읽고] 기사와 광고 비율 적절하게 (2001.12.05)

아침에 일어나서 펼치는 신문에서부터 TV나 옥외광고·전단지·간판 등 우리는 온통 광고에 노출돼있다. 물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유익한 광고도 있지만, 짜증스런 경우가 많다. 신문광고는 내용이 나은 편이라고 본다. 하지만 광고를 실을때는 내용이나 분량에 좀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때가 적지 않다. 그나마 광고량이 적은것으로 알려진 섹션도 5일자 ‘2030’의 경우 총 8면 중 4.5면 정도가 광고였다. 특히 ‘2030’섹션 2면의 ‘썬앳푸드’ 기사는 개별 회사의 홍보성 느낌을 줄 소지가 있었고, 섹션 7면의 ‘연말 디너가이드’는 일부 식당을 광고하는 분위기가 약간씩 느껴졌다. 그리고 지면에 사진과 그래픽을 조금만 줄여보면 어떨까 싶었다.

11월 23일자 ‘술빚는 마을’ 섹션도 7개의 주류광고가 실려 지면의 절반에 육박하는 분량이 관련 업계광고로 채워진 것 같아 아쉬웠다. 10월달에 발행된 ‘마라톤’섹션도 이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고는 신문의 주요 수입원임을 알고있지만 조선일보 뿐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광고량이 너무 많아지고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앞장서 광고량과 내용을 적절히 통제하는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해본다.

(김혜민 20·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2학년·서울 서대문구 )


독자부 관계자 '독자투고' 내용 변경 시인

한편 기자는 이 게시물을 근거로 조선일보 독자부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결과, 김 씨가 올린 게시물의 내용이 사실임을 조선일보 독자부 관계자는 시인했다.

다음은 기자가 기억나는 대로 기록한 조선일보 독자부 관계자(여성)와의 통화내용(기자는 통화 당시 신분을 '독자'라고 밝혔다. 이 통화내용은 실제 통화내용과 단어나 일부 문장의 질문과 답변 순서가 다소 바뀌었을 수도 있다)이다.

조선일보 독자부입니까?
"네."

인터넷 게시판 보고 전화드리는데요. 독자가 올린 글이 조작됐다고 그러는데요. 12월 5일자 김혜민 씨가 올린 독자마당 글입니다.
"그 글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습니까? 어디에요. 오늘 통화를 했는데..."

조선닷컴 독자마당입니다. 내용을 바꿨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약간 수정을 했어요.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조금 후에)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겠네요."

편집과정에서 제목을 바꾼다든가, 내용 분량이 길어 자르는 건 가능하지만 내용을 바꾸는 다른 논조로 게재하는 게 가능합니까?
"(대답 안 함)"

독자부에서 임의대로 편집을 할 수 있습니까?
"좀 했어요."

누가 했어요. 본인이 하셨나요?
"그건 왜요."

성함을 알 수 있습니까?
"왜 자꾸 물으세요.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독자부의 어느 분이 바꿨어요."

그 분이 누구입니까?
"어느 분이 했는지는 몰라요. 여러 분의 손을 거쳐 편집이 되거든요."

독자마당 글 하나를 여러 사람이 손 본다고요?
"(응답없음)"


"독자마당 글 하나를 여러 사람이 손 본다고요?"

얼마나 내용을 바꾸셨나요? 김혜민 씨는 조선일보가 조작했다고 그러는데요? 그 분이 실명까지 밝히며 거짓말 할 리는 없을 텐테요.
"(짜증난 목소리로) 그건 조선일보랑 직접 비교해 보시면 알잖아요. '3대 일간지 중에 하나라는 조선일보'부분을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조선일보'로 바꿨어요."

조선일보 독자부의 이 직원은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누가 김 씨의 글을 바꿨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직원은 분명 내용을 바꾼 사실을 인정했다.

자사 신문을 비판하는 독자투고를 자사 신문에 대한 독자의 기대감의 발로로 전혀 다른 논조로 바꾸는 조선일보 독자부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게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 조선일보'의 모습이다. 이런 행위에 대한 독자와 언론의 준엄한 비판 없이 언론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디지털 말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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