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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국가보안법 제정 반세기 역사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그리고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더욱 왕성한 토론으로 열기를 모았던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이젠 시들해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보안법? 그 지겨운 이야기 그만할 수 없냐"고.

그러나 여전히 '막걸리' 국가보안법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들이 있다.

23일 오후 7시 대구 곽병원 강당에서는 대구경북지역 양심수후원회(대표 한기명. 이하 양심수후원회)가 주최한 '국가보안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양심수후원회가 최근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 활동을 마무리하고 개최하는 것.

두 시간 남짓 걸린 이번 토론회는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의 불참으로 찬반의 논박이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국가보안법이 가진 문제점을 조목조목 되짚어보는 시간을 제공했다.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 위한 국민의 의무를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우선 국가보안법 위헌성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로 참석한 김승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존치론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수 차례 개정을 통해 그 위헌성을 줄여왔다고 하지만 사실상 제대로 고쳐진 적은 한번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그 근거로 △법체계상의 문제점 △죄형법정주의 위반 △기본권 침해 △절차상의 문제점 등을 제시했다.

그는 "상위법인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 '민족의 단결 공고' 등이 명시돼 있는데 이것은 국가보안법의 성격과는 배치되게 된다"면서 "이는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국민들의 의무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법률이 국가보안법이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남한이 UN에 가입하며 조인된 국제인권규약 등과도 국가보안법과는 상충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변호사는 "예전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한 재판부는 '반국가단체'로, 또 다른 재판부는 '이적단체'로 규정했던 적"도 있다는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서 중요시 여기는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절차상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대 범죄에 속하는 내란, 외환죄의 경우에도 참고인을 강제 구인하는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는데 반해 국가보안법은 강제 구인이 가능해 절차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일반 형사범(내란,외환죄 포함)의 경우 구속기간이 최장 30일인데 비해 국가보안법의 3조, 10조 위반 사건의 경우에는 최장 50일까지 구속기간이 연장 가능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국가보안법의 부분 개정은 인권개선에 소용이 없다"

김승교 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곽은경 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은 김대중 정부의 집권 후에도 양산되고 있는 '양심수'와 공안기관의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를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곽은경 사무국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출범하며 '국가보안법 적용을 엄격히 하겠다'고 강조한 것과는 달리 출범 초기인 98년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자 수는 김영삼 정부 출범한 93년에 비해서도 무려 3배가 증가한 수치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정부 집권 4년 동안 국가보안법의 각 조항별 구속인원을 비교해 봤을 때 국가보안법 7조(고무, 찬양) 위반자 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면서 "이는 법 자체의 모호성으로 인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6조(잠입, 탈출) 위반 사례를 예로 들며 "선상에서 있었던 폭력 사건에 연루돼 우발적으로 '북으로 가자'라고 한 선원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던 사례도 있다"면서 "이것은 국가보안법이 우리의 삶의 근처에 있고, 공안기관의 마음먹기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출판물, 예술활동의 창작물,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 등이 문제가 돼 국가보안법 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 반포, 소지 등)의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 중 거의 대부분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국가보안법의 적용 실태를 보았을 때 단순히 몇몇 조항을 개정한다고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손질과 폐지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은 이데올로기화된 유령이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마지막 토론자로 참석한 이대영 대경연합 정책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은 이데올로기화된 유령이 됐다"며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회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이후 급격한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구세력들의 발악도 높아가고 있고 여기에 맞서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솔직히 국가보안법이 현재의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선 의문도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6.15 공동선언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 통일을 위한다는 견지에서 국가보안법을 위한 투쟁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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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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