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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크게 물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문을 통해 그런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보다 미개한(?) 중국도 금연이 그렇게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뭔가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년 9월부터는 한국에서도 금연을 엄격히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에 담배에 의한 피해를 참으로 많이 당하며 살고 있다. 담배 피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이 담배연기에 의해 얼마나 큰 괴로움을 당하는 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담배 피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고 있는 자기를 중심으로 하여 얼마나 넓은 지역이 담배연기로 오염이 되는지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의 하루하루는 담배연기 지뢰밭을 피해 사는 삶이다. 출근을 하면서 버스 정류장에 이를 때까지 연기 나는 담배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적어도 둘 이상 만나게 된다. 그 연기를 마시지 않으려고 바람 방향을 잘 보아가며 가능한한 큰 거리로 우회를 시도한다.

요즘은 그나마 의식 수준이 좀 나아져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워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숨통을 콱 막는다. 버스 안에서 몸부림치며 담배 피고 싶은 마음을 참은듯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워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에 이르는 동안, 무지막지한 담배 연기 지뢰밭을 힘겹게 헤치고 사무실까지 오지만 으레 서너 차례 정도는 지뢰를 정통으로 밟아(?) 온 폐 안이 썩어 들어가는듯한 고통과 혐오감을 뒤집어쓰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사무실은 묘하게 휴게실이 사무실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서 사무실로 들어서면 마치 너구리굴로 들어서는 듯힌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아침 일찍 들어서면 아직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지 않거나 거의 없어 괜찮지만 업무 시간 중에 밖으로 나가거나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올 때는 죽음의 가스실을 지나는 고통을 피할 길이 없다. 거기를 지나는 동안 숨을 참아 보려고 하지만 카드(card)문을 여는 것이 좀 지체되어 숨을 참을 수 없게 되면 담배연기를 더 허파 깊이 들이쉬게 되는 셈이 되고 만다. 그 엄청난 간접 흡연 피해를 어디에 호소하거나 보상 받을 길이 없다. 도대체 생명을 어찌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살인을 공공연히 저지르는 살인범들인 셈이다.

점심이 되어 식당으로 갈 때도 지뢰밭을 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점심 시간은 특히 지뢰밭이 엄청나다. 식당 앞 지뢰밭은 정말 피해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바로 담배를 꼬나물지 않으면 위장이 뒤집힐 사람들처럼 바로 담배를 피워대기 때문에 식당 앞은 온통 굴뚝들의 만남의 장소처럼 변해버리는 것이다. 식당 앞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 가지도 않고 식당 앞에 삼삼오오 모여 엄청난 지뢰를 만들고 있는 것들은 대개 새파란 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것들의 그런 의식 없는 행동을 보면서 '이 나라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퇴근길에는 아침보다 더 많은 지뢰들이 거리에 깔린다. 하루종일 직장에서 쪼잔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그런 것인가? 집에 돌아와 주변을 정리하고 저녁에 집주위에서 조깅을 하면 역시 예의 그 지뢰 때문에 맘 편하게 운동을 즐길 수가 없다. 뛰다보면 빨간 불이 하나 다가온다. 왜 걸어가면서 그리 담배를 피는 지 모를 일이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밖에서만 피면 남에게 피해가 없는 줄 아는 모양이다. 걸어가면서 피면 바람이 없는 날은 자기가 걸어온 길 수십 미터가 온통 담배연기로 지뢰밭이 형성되는지를 모르는 모양이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자신만의 쾌락을 위하여 남에게 주는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지뢰밭이 지나치게 심할 경우는 너무 짜증스러워 운동을 그만 두고 들어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어렵사리 조깅을 한 다음, 벤치에 손을 짚고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는데 숨가쁘게 몰아 쉬고 있는 숨에 담배 연기가 확 빨려 들어온다. 놀라 살살 불어오는 바람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중년의 남자 하나가 담배를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개자식!" 욕이 다 절로 나온다. 녀석의 앞으로 딸이 깡총거리며 앞서 가고 있다. '자식을 키우면서 담배를 피고 싶은 생각이 날까?'

지뢰밭을 피해 다니는 것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지뢰밭 한 가운데 들어가 꼼짝없이 지뢰에 쑥밭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회의실과 식당이다. 버스 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는 사람들이 밀폐된 회의실과 식당에서는 왜 그리 난리인지 모를 일이다. 담배 연기 때문에 회의 못하겠다고 회의실을 뛰쳐 나올 수 없으니 미칠 일이고, 서로 우애를 다지고 기분 좋자고 마시는 회식 자리에 가서 담배연기 때문에 "개자식들"이라고 속에 있는 욕을 밖으로 내뱉고 내팽개치고 나올 수도 없는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의 계단은 으레 담배 연기 굴뚝인 경우가 많다. 근무 중에 사람들이 계단에 나가 담배를 피기 때문이다. 사람 많은 건물에서는 건물 내 전 지역을 흡연 구역으로 한다는 법은 합리적인 것이다.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부족한 운동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인데, 계단이 온통 담배연기 굴뚝이어서야 어찌 그리로 운동 삼아 오르내릴 수 있겠는가? 흡연자들은 "그럼 도대체 어디서 담배를 피란 말이냐?"라고 항변하기에 앞서 남에게 담배 연기가 가지 않고 자기의 담배 연기가 자기가 지나온 공간에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담배는 좋지 않은 것임은 만천하가 아는 일이기 때문에 피우는 것에 대한 자기 주장을 할 처지가 전혀 아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담배를 흔들며 오는 사람을 보면 "당신 담배 연기 내 코에 들어오면 죽을 줄 알어"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먼저 언제 맞아 죽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는 사람끼리야 그런 소리하면 애교로 받아들여지고, 아랫 사람에게 그러면 미안한 척이라도 하고 담배를 몸 뒤로 숨기며 다른 한 손으로 연기를 없애느라고 팔을 허우적거리는 귀여운 몸짓이라도 하지만, 온나라 국민들이 의식없이 그러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제는 저녁 TV뉴스에서 결혼을 사흘 남겨둔 예비 신혼 부부가 자기들이 살 집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신랑이 담배불을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페인트에 불이 붙어 집과 신혼살림으로 마련한 온갖 가재도구들을 다 태우고 둘은 중화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참 씁쓸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다. 둘이 참 안되기도 했지만, 역시 담배는 이래저래 백해무익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 된다.

담배를 피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원하지 않는 남에게는 절대 가지 않도록 배려를 하는 분위기가 흡연자들 사이에 형성이 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미 늦은 일이기도 하다. 흡연 문화로 볼 때,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후진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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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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