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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할 때 대형 차량의 움직임을 보면 도로 상황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어긋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기업 경영에 적용해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ERP 적용 사례를 분석하고, 어느 정도는 벤치마킹 해야만 중소기업들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하에서 비즈니스를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IT(정보기술)화 능력이 떨어지는 8000여 중소기업에 IT화의 초보단계인 기초정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지원하기로 올 초에 발표했다.

또 기초적인 IT화 단계에 들어선 2000여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총 133억원을 들여 ERP 구축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을 주축으로 올해 경제운영방향에서 제시된 '1만개중소기업의 IT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세부 추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중소기업들은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133억이란 금액이 너무 적어서 자기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밖에도 국내 기업들의 마인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많다. 지난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박용성)은 새로이 취임한 후 5만여 회원사에 '굴뚝 기업에 정보통신의 날개를 달자'고 설득해 왔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정부 도움으로 홈페이지와 e-메일을 중소업체에 만들어 주는 운동을 1년여 가까이 벌이고 있으나, 수만여 중소업체 회원사들 가운데 신청건수는 1백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중소업체들이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를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전유물인 양 여긴다. 결국 기존 방식인 팩스·카탈로그·기안서류 등을 더 편안해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화는 곧 돈'이라는 사업주의 인식 전환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해 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업계가 예상하는 올해 국내 ERP시장 규모는 4600억원에 ERP 채택 기업도 2000곳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었으나, 이에 훨씬 못미치는 기대 이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이같은 기대치를 가지게 된 이유는 포항제철과 롯데백화점 등 수십 곳의 대기업들이 올해 안에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중소기업청은 최근 ERP 도입여건을 갖춘 400개 중소기업에 업체 당 2000만원 한도로 컨설팅 비용의 50%를 무상 지원할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와 국방조달본부 등 민간부문과의 교류가 많은 정부 기관들도 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ERP를 전략사업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낙관론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ERP 도입으로 얻게 되는 혜택을 기술해 보면, ▲원가 계산과 결제 등에서 이중 작업을 줄이고 월말 정산을 앞당기는 등 업무 효율과 비용 절감 양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 및 판매과정 개선 ▲예산 편성 및 운영기간 단축 ▲재고관리 최소화 ▲판매품 분류체계 표준화 등 무수한 이점들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또 부서별 정보공유로 인해 의사결정이 빨라져 스피드 경영이 가능하고 현금흐름도 안정될 것이다. 유통업체의 경우 ERP 도입으로 계절에 따른 주력상품 선정과 재고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 계절별 매출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을 적절히 비켜나갈 수 있게 된다.

ERP가 큰 위력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터넷 및 CRM(고객관계관리)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 위주의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객과 관련된 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각종 업무처리를 진행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경영효율과 생산성 향상으로 경비를 절약하고 이를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최고경영자가 누구보다 먼저 깨닫도록 교육·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주변의 협력과 지원도 절실하다.

우선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중소업체 평가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정보화한 중소업체는 경영 효율·투명성이 높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하면 사장들은 알아서 변할 것이다. 특히 중소업체가 밀집한 공단은 정보화 운동의 기수가 돼야 한다.

산학 협력을 통한 정보화 지원도 바람직하다. 대학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전산·교육 설비를 인근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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