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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 모르게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재미 사업가가 있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박용진 씨. 그는 이름 석자 외에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단지 70대인 박씨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30달러를 쥐고 미국으로 가 자수성가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한 박씨가 해마다 불우 학생들에게 1억원의 장학금을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대구 사회복지법인 가정복지회(관장 박보리)에 한학기 장학금 5천만원을 보내온 것이다. 그를 성공시키고 봉사를 일깨워준 어머니 이름을 딴 '엄복득 장학금'은 이렇게 마련됐다.

그리고 가정복지회는 산하 서구제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최근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 복지시설 출신으로 학업 잇기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해달라는 박씨 뜻대로 23명의 대학생들에게 이 장학금을 지급했다.

박씨는 장학금 수여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가정복지회측의 거듭된 요청을 한사코 뿌리치고 대신 5천만 원의 장학금과 '지구촌 사랑'이 담긴 편지를 보내왔고 한 학생의 편지 낭독을 통해 박씨의 인사말이 전해졌다.

"우리는 언젠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 때 명예, 돈, 육신은 우리가 가지고 가지 못하는 무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금의환향이란 말보다 금심환향이란 네글자를 좋아합니다"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사랑의 메시지가 박씨가 있는 미국에서 들려올 정도로 생생하게 쓰여진 이 짧은 편지가 있기에 굳이 그는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박씨를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박씨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이들의 대학원 진학과 미국 유학 학자금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국 만리에서 어렵게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마지막 모습은 이래야 되는거구나하는 것을 보여준 박씨의 다음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맛이 있는 것입니다."

박씨 편지 전문

친애하는 장학생 여러분
여러분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와 여러분은 지구호(地球號)라는 우주선의 동기생입니다.
또 기쁨과 슬픔, 고통을 함께 나누고 협력해야 되는 가까운 친척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용기와 인내로 근면하게 생활해 온 장학생 여러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저의 조그만 힘이 여러분들의 아름답고 착한 마음에 구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원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러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만 그것보다는 금심환향(錦心還鄕)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젠가 지상을 떠나게 되며 그때에는 명예, 지위, 돈, 육신 등은 가지고 가지 못하게 되는 무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과 자비로 가득찬 마음은 최후의 승리자의 마음입니다. 자기를 오만하게 하고 존대(尊大)하게 만드는 것, 지위나 명예, 돈은 우리를 위험한 길로 인도하는 환상과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을 갖고 저 세상에 간 사람도 없고 영원히 지상에 남아 있다는 기록도 없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장학생 여러분
여러분들께 요한의 첫편지의 구절(요한일서4장20절)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이 말씀은 모든 종교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참고로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Ⅰ. 항상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Ⅰ. 사람을 심판하는 마음을 갖지 말자.
Ⅰ. 사람 위에 서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Ⅰ.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Ⅰ. 사람들의 발을 씻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갖자.

「인생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맛이 있는 것입니다.」이 말씀이 잘 이해가 된다면 항상 감사하고 기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모두 힘을 합하여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도록 노력하십시다. 감사합니다.

엄복득장학복지기금기탁자 박 용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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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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