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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돈' 문제 때문에 고심하던 민주노총이 22차 대의원대회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기로 최종 결정했다. 아울러 이날 대의원대
회를 통해 의무금 인상과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

"국고보조금 받는 건 분명히 자주성 훼손입니다. 과연 보조금 받는 상황에서 파업이 가능하겠습니까?" (민주노총 이정림 대구본부장)
"국고보조금은 구걸 받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을 쓰는 것입니다. 투명하게 받아서 투명하게 쓴다면, 투쟁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받는 게 맞다고 봅니다."(민주노총 박준석 울산본부장)


▲민주노총 제22차 대의원대회 ⓒ마이너
16일 열린 민주노총 제22차 대의원대회. 국고보조금 수령 여부를 두고 대의원들 사이에 한창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고보조금 지원 여부는 민주노동운동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원칙론'과 국민이 낸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현실론' 이 맞서 벌써 1년 넘게 논란이 계속됐던 사안.

이런 이유 때문에 이날 대의원 대회에서는 어떻게든 이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었다. 결국 표결 처리결과 참석대의원 487명 중 340명이 현실론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수령을 결정하고도 전제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됐다.

"수령을 하는 것과 활용하는 건 다른 측면의 문제입니다. 사업비나 운영비로 받아들이면 한국노총과 다른 게 무엇이 있습니까. 누가 봐도 투명성 확보가 가능한 부분에서만 국고보조금을 받아야 합니다." (공공연맹 이성우 대의원)
"제한적으로 받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중앙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건설연맹 이용식 위원장)

논박이 이어지자 국조보조금 수령 범위와 관련해서도 표결에 들어가 468명 대의원 중 252명의 찬성으로 국고보조금을 수령하되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으로 제한키로 결정했다.

국고보조금 처리 이외에도 이날 대의원 대회에서는 몇 가지 현안이 처리됐다. 우선 현재 조합원 1인당 500원씩 납부하던 의무금을 2002년부터는 800원, 2004년부터는 1000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했다.

대기업 노조들의 반대가 예상됐던 사안에 대해 단 한 명 이견도 없이 원안대로 통과되자 민주노총 허영구 수석부위원장은 "세상에, 세상에..."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민주노총 사업에서 대기업 노조들의 고민을 정책으로 연결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감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주노총은 하반기 사업기조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와 김대중정권퇴진, 반미자주화를 투쟁방향으로 설정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구조조정중단을 요구하며 11-12월에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들은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 등 노동운동탄압 분쇄투쟁을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하고 △명동성당 교대농성 △단위노조 단병호 위원장 석방촉구 서명운동과 현수막 부착, 리본 달기 △10.25 국회의원 재선거 현장에서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 심판을 실천 지침으로 내걸었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과 잇따른 대의원대회 유회 등으로 비롯된 위기감 때문인지 전체 대의원 836명의 69%인 571명이 참여해 높은 출석률을 보였으며 회의 시작 3시간여만에 안건이 모두 처리되는 기록을 세웠다.

민주노총 사무처의 한 간부는 "국고보조금 처리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1년 동안 공방을 벌이다 드디어 민주노총이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물게 됐다"며 "대의원들 표결로 국고보조금 수령을 결정했지만 향후 활동과 맞물려 앞으로도 이견이 생길 문제가 많이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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