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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동차가 없다면 당신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동차는 인류의 생활에 있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년에 하루 정도는 문명의 이기, 자동차를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당신에게 적당한 날도 있다. 올해 한국에서는 처음 맞는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이 그 날이다.

지난 97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라로쉘에서는 자동차 매연에서 하루라도 자유로워지자며 '도심에서 자가용을 타지 맙시다(In town, without my car)'라는 구호를 내걸고 '차 없는 날(Car-Free Day)'을 개최했다. 그리고 이 항구 도시의 '차 없는 날'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고, 지난해 개최국가는 30개국 810개 도시가 동참했다.

그리고 '차 없는 날'은 유럽을 벗어나 세계로 그 범위를 넓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차 없는 날'은 한국의 대구, 서울, 광주, 경기도 일산 등 4개 도시가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전세계 1300여 개의 도시가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차 없는 날'은 자동차의 폐해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생활의 편리라는 자동차의 장점보다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주차난, 그리고 교통사고의 발생으로 빚어지는 인간의 피해에 주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중 자가용 승용차가 뿜어내는 매연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차 없는 날'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국립환경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한해 대구 지역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총 11만 6천 톤에 달한다. 이중 자동차 배출가스는 72.7%로 8만 4천 톤이다. 그리고 자가용 승용차가 4만 2천 톤을 배출한다고 한다. 자가용 승용차의 공해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 사무국장은 "차량소통 중심도시가 아니라 보행자가 안전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차 없는 날의 의의"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동차, 특히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대구지역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에너지시민연대는 이번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지난 17일부터 대구 시내 중심가에서 '차 없는 날'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열고 시민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그리고 20일에는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차 없는 날 포럼'을 개최하고 외국 사례와 대구시의 교통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이승욱
그렇다면 자가용의 대안은 무엇일까.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대중교통의 이용과 함께 무동력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의 활용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특히 인라인스케이트는 기존 대안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던 자전거가 가지는 도난의 위험성, 다른 교통수단으로 연계성 부족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교통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안들을 찾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자동차 소통중심인 도시교통정책의 변화 없이는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현수 사무국장은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하고 대안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을 중심에 놓는 교통정책의 수반 없이는 도시교통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세계 차 없는 날'은 22일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시작하는 '무동력 시민대행진'을 정점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물론 시 당국과의 협조 부족, 시민들에 대한 홍보 부족 등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자동차는 여전히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아하... 그런 날이 있었구나'라며 감탄하는 독자가 있다면 자기만의 '차 없는 날'을 만들고 실천하는 용기를 보이는 것은 어떨까. 내년 '세계 차 없는 날'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23일 대구 두류공원 주변도로에서는 2001년 '세계 차 없는 날' 기념 '인라인 스케이트 페스티발'이 오전 11시부터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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