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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친목 모임이 많다. 그만큼 사람이 그리운 걸까? 아니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필요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어떤 개인적인 절실한 목적이 있어 만나는 걸까?

가장 순수하고 부담 없는 만남

在田(대전에 거주하는) 충남 청양군 『장평초등학교 제29회 동창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이다. 그러나 두 달에 한 번씩 만나기로 약속한 이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앞서 말한 어떤목적도 깃들어 있지 않은 그저 순수하고도 가장 부담 없는 모임이라고 회원 모두는 말한다.

지난 27일 저녁 7시. 대전시 둔산동의 한 음식점에는 이 동창 모임의 총무(S씨, K대 교수)가 사전 예약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회원 11명 중 10명이 모였으니, 참석률이 매우 좋은 편이다.

이 중에서 머리에 서리가 내리지 않는 특이체질(?)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검은 머리 염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회장(필자)이 건배를 제의했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 장평초등학교 제29회 동창생들의 아름답고 뜻 깊은 만남을 위하여!"

고향소식과 '이색정보'도 나누고

이어서 회장이 지역신문인 <청양신문>에 난 최근 기사를 토대로 <고향소식>을 자세히 전해주었고, 이어서 회원들의 크고 작은 소식과 전국의 동창생 근황을 아는 대로 전하는 가운데, 회장이 요즘 인터넷에서 구한 '이색정보'라면서 <다모임>이라는 인터넷 동창모임을 소개했다.

아직 여기에 등록된 회원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S, Y, K씨 등 몇 명의 등록된 옛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이런 사이트를 발견한 것이 여간 신기하고 반갑지 않았다고 소개하자, 인터넷을 아직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았다는 친구들도 접속방법 등을 메모지에 적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나이 50이 다 된 동창생들이, 그리고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나이의 친구들이 어찌 한가롭게 인터넷을 즐겨하겠는가?

그러자 한 친구가 이런 제의를 했다. 자신은 인터넷을 하지 못해도 자녀들은 거의 인터넷을 하니, 전국의 동창생 안부가 알고 싶으면 가끔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근황을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밖에도 이 날의 만남에서 관심을 끈 것은「S교수의 최근 중국 여행담」,「오는 가을에 딸 혼사가 있다는 J씨의 가정사」,「여자 동창생인 K씨의 '나이 들수록 젊어지는 비결' 소개」, 그리고「은행나무 안집으로 불리던 필자의 생가가 헐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등이 주요 화젯거리로 이어졌다.

수줍어 말 건네지 못했던 여자 동창생들

한 도시의 음식점에서 두 달에 한 번 모이는 이 지극히 평범한 동창 모임에 대하여 이 세상 사람 누구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35년 전, 코 흘리면서 책보를 등에 둘러메고 시골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감히 여자 동창생과는 수줍어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했다. 여자 동창생뿐만 아니라, 남자 동창생끼리도 서로 친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면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사이일 수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렇게 한 도시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리고 막연한 그리움 하나로 애써 수소문 끝에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한 형제처럼 어떤 동류의식을 가지게 되니, 인연이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모쪼록 이런 출향인들의「코흘리개적 동창모임 소개」를 계기로 보다 많은 동창생들이 연락하여 뜻깊고 유익한 만남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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