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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토요일 오후 서울을 빠져 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몰려들었다.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사람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쫒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흔들어댄다.

원하는 시간의 버스표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모두들 조바심을 낸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즐거운 것은 잠시나마 틀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일까.

결국 한참을 기다려서야 2시간 후에 진주로 떠나는 우등고속 승차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내가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도착할 그 곳에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기다림은 또 다른 이의 기다림이며, 나의 떠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다.

떠남과 기다림의 공간.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리는 늦은 오후의 햇빛은 어디론가 떠나는 나그네의 등을 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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