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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들은 '소피의 세계'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소설의 형식에 철학적 내용을 담아냈던 이 작품은 철학 입문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으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사상사적 접근을 통해 쓰여진 기존의 지루한 입문서에 지쳐 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 유익한 지식을 담겠다는 시도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소설적 재미를 지나치게 따라가다 보면 교육적 내용의 전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소홀해질 위험이 있고, 반면에 지나치게 지식 전달에 초점을 둔다면 독자들이 지루해질 수 있는 난점이 있는 것이다.

한 때 붐을 일으켰던 학습 만화들도 실제 수작들은 드물었음을 생각해볼 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힘들다는 것은 '지식소설'이라는 장르에서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출간된 '알도 시리즈'는 자신만만해 보인다. 소설적 재미의 쏠쏠함을 놓지 않으면서도 방대한 철학적 지식을 풀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일단 기존의 신문 서평란은 이 책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대작'이니 '새로운 지평'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별을 아낌없이 달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은 그런 찬사를 받을 만큼 대단한 작품일까?

첫번째 토끼인 지식 전달에 있어서는 이 소설에 좋은 점수를 줘도 괜찮을 듯하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철학적 주제들을 꽤 솜씨있게 풀어냈다. 합리론과 경험론을 각각 상징하는 두 개의 로봇과 그들의 결점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식론에 대한 비판과 여러 논쟁거리들은 앞으로의 '알도 시리즈'에 기대를 가질 만한 충분의 이유를 주고 있다.

한데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선적 스토리는 아쉽다. 물론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라고 변명한다면 굳이 할 말은 없겠지만서도 자꾸 '우뢰매'나 '알라딘'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물론 '알도와 떠도는 사원'은 방대한 '알도 시리즈'의 첫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성급한 판단은 위험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또한 필자는 '지식소설'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이 기존의 책들에 비해 덜 지루한 '철학 입문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그렇게 외쳐대면서도 정작 다가서기 쉬운 책은 많지 않음을 생각할 때에도 이 소설의 가치는 높아진다. 우리는 '알도'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알도와 떠도는 사원1,2

저자: 김용규
이론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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