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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지배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리라는 부시 미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과욕이 민초들의 분노의 불씨를 당겼다. 일요일인 지난 10일부터(현지시각) 12일까지 워싱톤 DC에서는 전국 40개 주에서 모인 300여 명의 평화운동가들이 부시 정부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반대하고 핵무기를 철폐하자는 취지로 “Stop the New Arms Race”라는 행사를 벌였다.

미국 내에서 미사일방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집회이자 미국 진보운동의 부흥을 의미한다는 이번 행사는 피스액션(Peace Action), 피스링크(Peace Links),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회(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 20/20 비젼(20/20 Vision), 새로운 방향을 위한 여성행동(Women’s Action for New Directions) 등의 단체가 함께 주최하였으며, 백악관 앞 집회를 시작으로 각종 토론회, 국회의원 방문, 기자회견 등의 3일간의 행사를 마쳤다. 날짜별로 주요한 행사를 정리하였다.

첫째날 – 6월 10일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오후 2시,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이들은 평화공원이라 부른다)에 자리를 잡고 행사를 위해 가지고 온 각종 피켓과 선전물을 든 채 연단에서 이어지는 연사들의 연설에 연이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18명에 이르는 연사들은 한결같이 미사일 방어 계획은 허황된 것이며 새로운 군비 경쟁을 불러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사로 나온 그린피스의 고든 클락(Gordon Clark) 씨는 바로 옆에 보이는 백악관을 가리키며 “어느 누가 저 사람을 말도 안되는 우주전쟁의 꿈을 꾸라고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겠나? 누가 저 사람을 우리 혈세를 털어 끔찍한 군비경쟁을 하라고 저 자리에 앉혀 놓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행사 중간중간에는 가수들의 노래와 군사주의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만담, 활기찬 학생들의 공연이 펼쳐져 보는 이들의 더위와 피로를 씻어 주었다.

이 날 저녁 5시, 국회의사당 근처 감리교 건물(Methodist Building)에서는 전국의 평화운동가 50여 명이 둘러 앉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각자 속한 단체의 활동과 계획을 소개하고 중요하게 토론해야 할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주의 군사화와 핵무기를 반대하는 글로벌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의 부르스 가그넌(Bruce K. Gagnon) 씨는 “우리의 진정한 힘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의 삶터로 돌아가 사람들을 조직하여 그들이 국회의원을 압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라는 차분하고도 힘있는 메세지를 던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NMD-TMD 반대와 평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앞으로의 계획이 발표되어 많은 연대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둘째날 – 6월 11일

둘째날인 11일, 행사 참석자들은 어제 행사의 피로에도 아랑곳 없이 아침 8시 30분부터 행사장에 모여 이 날 있을 의원면담에 관한 오리엔테이션과 훈련을 받았다.

25불의 접수비를 내고 등록을 한 사람만 200명을 넘어 행사장은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환영사와 기본적인 일정 소개, 의원면담 실전연습, 이슈에 대한 브리핑, 지역 언론에 대한 교육, 앞으로의 일정 확인 등으로 이어진 이 행사에서는 특히 의원 보좌관과 함께 하는 역할극(Role Play)이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전국에서 수많은 로비스트들이 몰려 면담시간을 10여 분 정도 밖에 얻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짧은 면담을 통해 최대한의 것을 얻는 방법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지혜를 모았다.

토론을 마무리할 즈음, 핵무기 철폐를 위한 글로벌 리더쉽(Global Leadership to Abolish Nuclear Weapons)의 수잔 피어스(Suzanne Pearce) 씨는 “우리가 개인 자격으로 의원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뒤에는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우리의 주장을 전하자”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자신감을 북돋왔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참석자들은 각자의 거주 지역별로 흩어져 미리 약속된 의원들을 찾아 갔다. 이들의 손에는 행사의 취지를 담고 있는 각종 자료와 민주당 알렌 하원의원이 발의한 전략무기감축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들려 있었다. 이 날 거행된 대대적인 로비를 통해 참석자들은 의원 또는 의원 보좌관에게 미사일 방어 계획에 반대하는 주장을 강력히 전달하고 구체적인 법률안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어 5시부터, 역시 국회의사당 근처인 모트 하우스(Mott House)에서는 뒤풀이를 위한 피자잔치가 벌어져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이들이 서로 간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며 피로를 푸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셋째날 – 6월 12일

마지막 날인 12일은 아침부터 지난날에 이은 의원면담이 의원회관 각지에서 벌어지고 아침 11시 30분에 총괄 평가가 있은 후 12시 30분 국회의사당 앞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사의 의미와 성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등 총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략무기유연화법안”을 제안한 알렌 하원의원과 역시 민주당 블루맨나우어(Earl Blumenauer) 의원이 함께 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활동가들의 어깨 위에는 눅진한 피로가 잔뜩 묻어 있었으나 모두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만족감이 소담스럽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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