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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청 직원들의 집단 서명 사태를 계기로 결성된 6급 이하 행정동우회의 앞으로 행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목포시청 6급 이하 행정동우회가 지난 99년부터 합법화된 공무원직장협의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시 고위층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사태 발생 직후 목포시의 공식적인 입장은 시장 이하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특정신문에 대한 취재 및 구독거부 서명작업이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목포시의 공식입장이 설득력이 적어 보인다.

목포시청 안팎에서는 이번 '대반란'이 뭔가 계획됐고, 적어도 간부공무원 선에서 묵인과 동조 등의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도 상명하복 분위기가 여전한 공직사회에서 계장급을 포함한 6급이하 공무원들이 집단적인 의사표시가 상사들의 '암묵적인 후원과 동조'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의 '거사'가 말 그대로 특정신문을 상대로 한 우발적인 것이냐, 아니면 간부공무원들의 지지속에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언론권력을 향해 대항한 것이었느냐에 따라 앞으로 상황전개 방식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목포시청 6급 이하 행정동우회'의 향후 진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목포시청 직원들은 계획적인 것이기보다는 "특정신문이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해 서명에 동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 본청이 아닌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도 "이번 서명사태가 그 동안 왜곡돼 온 언론의 행태에 대항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서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이 언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1천여명 정도에 불과한 시청 공무원들 가운데 80%에 가까운 800여명이 서명에 동참함으로써 이른바 목포시청의 수장인 권시장의 통제력 약화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임기 1년을 앞두고 있는 권이담 시장의 권력누수 현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레임덕 현상은 권시장의 지도력에 엄청난 타격을 줌과 동시에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입지 할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란이 일어난 이후 시청 안팎 등 모든 정황을 감안했을 때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소한 시장은 사전에 이번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근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직장협의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명에 가담했던 몇몇 공무원들의 입에서는 "직장협의회가 결성돼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고 있다. 집단서명작업 착수 당일인 지난 1일 오전까지 최소한 권이담 시장과 김종식 부시장은 이같은 움직임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일부 국장급 선에서 사전에 감지했거나 묵인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권시장은 서명작업이 시작된 당일인 지난 1일 오전에는 시내 소프트웨어 기술교육장 개소식에 이어 오후에는 시청에 머물다가 3시에 농산물도매시장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에 참석했다.

언론권력에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대항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시청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시장에게 알려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권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본격적인 상황이 발생한 지난 1일 오후 2시 이후 이런 상황을 보고 받았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이미 통제불능 상태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역으로 권시장이 사전에 알았어도 이를 시장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였거나 묵시적으로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모르는 척' 했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특정신문의 6월 1일자 옥수수 사업관련 기사내용을 둘러싸고 벌이는 불공정 시비 논란은 별다른 의미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집단 서명을 촉발시킨 문제의 기사가 왜곡됐느냐 아니면 사실에 입각한 내용이냐는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계획돼 있었던 거사를 실행하는데 형식적인 촉매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신문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언론개혁이 전국적인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볼 때, 시청을 출입하고 있는 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왜곡 및 불공정 보도에 대한 선전포고' 의 성격이 짙다.

시청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명작업을 들어갈 당시부터 향후 진로를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숨죽여 왔던 언론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면 향후 역공을 막아낼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작정 언론을 상대로 싸움만 걸었다가 별다른 소득없이 나중에 반격만 당하기 위해 이번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어찌 됐던 이번 사태는 시청 직원들의 언론권력에 대한 집단적인 대응과 함께 권시장의 조직 장악력 약화라는 두 장면이 클로즈업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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