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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앞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강사 선생님의 말을 빌면 300년 이상 묵은 나무라 했다. 손에 손을 잡고 은행나무 밑둥을 둘러싸며 얼마나 굵은 나무인가 확인하며, 강사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설명도 들으면서 아이들은 은행나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배워가며 때로는 탄성을 지르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하는 질문을 해서 강사 선생님을 쩔쩔 매게 하기도 했다.

다음은 아이들과 강사 선생님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의 일부이다.

"이 은행나무가 몇 살인지 알아요?"

"열 살이요."
"이십 살이요."
"아니야, 백 살이에요."

"모두 틀렸어요. 이 은행나무는 삼백 살이 넘었어요."

"우와, 삼백 살이요?"
"선생님, 그럼 이 은행나무는 죽을 때가 다 되었네요."

"아니에요. 이 은행나무는 앞으로도 몇백 년은 더 살 수 있어요."

"우와, 좋겠다."
"나도 은행나무였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문답식 대화를 주고받던 강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은행나무 밑둥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감촉을 느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은행나무 밑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마다 느낀 감촉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딱딱해요, 손바닥이 아파요, 까칠까칠해요…….

아이들의 느낌을 인내심을 가지고 다 들어준 강사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은행나무에서 약간 떨어진 또 다른 은행나무로 데리고 갔다. 그 은행나무는 밑둥이 시커멓게 변해 있고, 여기저기에 이끼가 덮여 있거나 구멍이 파인 죽은 것이다. 강사 선생님은 다시 아이들에게 은행나무 밑둥을 두드리며 감촉을 느껴보라고 주문했다. 이번에도 아이들은 죽은 나무를 빼곡이 둘러싸며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낌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물렁해요, 텅텅 소리가 나요, 푸석푸석해요, 속이 비어있는 거 같아요…….

강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은행나무와 죽어 있는 은행나무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며 느낀 느낌의 차이가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차이라 했다. 삶과 죽음의 차이를 이토록 생생하게 느낌으로 체험한 건, 어른인 나도 처음이었다. 삶과 죽음의 차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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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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