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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 사사건건 세상이 시끄러워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반도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 대북관계 냉각이나 유럽과 러시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미사일방어(MD) 문제, 전세계 환경단체는 물론, 각국 정부까지 펄쩍 뛰게 만든 교토의정서 탈퇴니... 일일이 꼽지 않더라도 부시를 바라보는 전세계 표정이 달갑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지적했듯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안방에서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미국 바깥 세상에서는 세련된 외교능력을 과시한 반면 '도적적이고 가정적인' 부시는 오히려 미국 이외의 세상 전부를 골치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가지 힌트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인데요, 부시 최고 측근들의 주식 투자 현황입니다. 이게 부시팀의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미리 밝혀두죠. 어쨌든...

부시를 움직이는 인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백악관 정치 특별보좌관 칼 로브. 그는 에너지 기업 엔론을 비롯, 비아그라로 유명한 제약업체 화이자, 군수업체 보잉, 존슨&존슨, 제너럴 일렉트릭, 석유회사 로얄더치/셸 등의 주식을 총 10만~25만달러(약 1억2800만~3억2100만원) 정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감세나 군비 확장, 친기업적 에너지 정책, 의료개혁 등 부시 행정부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죠. 그리고 로브야말로 부시 행정부의 정책 대부분에 가장 강력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희비가 교차할 주주가 바로 그 주가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로브는 "주식을 보유한 특정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치특보이자 행정부의 장기전략팀을 이끄는 로브는 백악관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며 로브가 (기업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썼더군요.

어디 로브뿐인가요.

콘돌리자 라이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원유업체 셰브론의 주식을 25만~50만달러(약 3억2100만~6억4300만원)어치 갖고 있던 데다 지난해 자문료 6만달러(7700만원)를 챙겼습니다.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도 지난해 에너지개발 자문을 해준 대가로 엔론으로부터 5만달러(약 6400만원)를 받았습니다.

부시 에너지정책의 핵심 브레인이자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는 엔론을 비롯해 텍사코, 엑슨 모빌, 체사피크 에너지 등 에너지 기업 주식만 골라 갖고 있다가 수만달러 어치를 최근 매각했답니다. 클레이 존슨 백악관 인사국장도 엘파소 에너지파트너 주식을 10만~25만달러 보유하고 있다네요.

부시팀이 지나치게 기업에 유착됐다는 지적은 사실 낯설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목소리 높이는 부분이죠. 하지만 이들이 이른바 '비평화적' 군수업체는 물론 '반환경적' 에너지업체 주식을 집중적으로 보유한 주주라는 사실은 제게 다소 당혹스럽더군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시가 돈 많이 내는 순서로 외국 대사를 임명했다고 해서 한번 웃었고, 부시팀을 움직이는게 텍사스 석유재벌이니 군수업체니 해서 그러려니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자본이 움직이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는 점에, 그런 문제에 사람들이 점점 무뎌진다는 점에 한번 더 놀라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가 인포메일 등 메일진으로 발행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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