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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청 공무원들이 지역신문의 보도 행태 등에 대항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목포시청 계장급 공무원을 포함한 6급이하 하위직 공무원 7백여명은 지난 2일 광주에서 발행되는 지방일간신문인 호남신문에 대해 취재와 구독거부를 결의했다.

이들이 작성하고 서명한 결의문 내용만 우선 보더라도 브레이크가 없는 지역언론에 대해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목포시청 6급이하 행정동우회' 이름으로 발표된 결의문에는 "호남신문이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보복성 기사를 게재하는 등 사실을 왜곡 보도해 공직자의 사기저하는 물론 행정불신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이 신문에 대한 취재거부를 결의했다.

이들은 또 "시청 전 실과소와 동사무소에 배달되는 호남신문 구독거부와 함께 앞으로 편향적 오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시청 공무원은 총 1065명, 이 가운데 계장급을 포함한 6급이하 공무원은 990여명에 이른다. 목포시청 28개 실과소를 비롯해 26개 동사무소 가운데 언론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보담당관실과 의회사무국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한 하위직 공무원 740여명이 문제의 결의문 서명작업에 대거 참여했다.

시장을 포함한 간부 공무원들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시청 대다수 공무원들이 결속력을 과시해 지역언론의 보도행태에 집단적으로 대항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앞으로 지역 공직사회와 언론계에 미칠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일 집단서명에 들어가자 목포시청에서는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시장이 타지 출장중인 상황에서 이날 오후 4시 일부 하위직 공무원들이 상황실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모임을 계기로 28개 실.과.소와 26개 동사무소별로 결의문에 대한 서명작업이 일사 천리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간부공무원들이 언론과의 관계 등을 감안해 '쉬쉬'하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은 순식간에 시청전체에 번진 뒤였다.

결 의 문

우리는 25만 목포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 목포시 산하 공무원으로서 그 동안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주변여건을 볼 때 공무원의 소신과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공직을 수행하는데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호남신문이 보도한 6.1일자의 사실과 다른 작위적 기사내용은 공직자의 사기저하는 물론 시민들로부터 행정에 대한 불신감 마져 조성하고 있습니다.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여 보복성 기사를 일삼고 사실을 왜곡 보도한 호남신문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공직자들은 어떠한 외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시민들에 대한 봉사자로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자성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다짐하면서 우리 목포시 산하 6급이하 전 공직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호남신문의 어떠한 취재에도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다.
2. 목포시 전 실,과,소와 동사무소에서는 호남신문을 일체 구독하지 않을 것이다.
3. 앞으로도 편향적 오보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 해 나갈 것이다.

2001.6.2
목포시청 6급이하 행정동우회


이처럼 지역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구체적인 결의문까지 채택하고 구독 및 취재거부 등 집단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남신문은 지난 1일자 보도를 통해 '목포시가 남북교류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북한옥수수 보내기 운동이 구체적인 계획없이 이뤄져 뜬구름 잡기식 행정'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목포시청 공무원들이 작성한 결의문만 보면 우선 호남신문이 지난 1일자로 보도한 내용만 가지고 문제삼은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동안 일부 지역언론의 자의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지역신문의 보도행태 뿐 아니라 일부 출입기자들의 처신에 대해 더 이상 앉아서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응징과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어 사태는 심각하다.

이에 대해 목포시청을 출입하는 호남신문 박모 기자는 "청탁한 일도 없고 보복기사를 작성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1일자로 보도된 옥수수 대북지원 관련 기사는 전남도를 비롯해 관련기관의 입장 등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자는 "그 동안 시청을 출입하면서 어떤 이권에 개입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고 지역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취재 보도한 것을 공무원들이 문제삼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 수백명이 특정 신문에 대해 구독와 취재거부를 결의 한 사태에 대해 목포시청 안팎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일부에서는 지역 언론인들이 자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죽 했으면 공무원들이 그랬겠느냐'는 옹호론과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언론통제에 나선다는 논란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사태 추이가 지역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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