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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월요일자 특집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해 수도권 편중을 조명하고 나섰다. 수도권 편중과 지방 경제 홀대는 지방지들의 단골 메뉴였지만 <중앙일보>같은 소위 '중앙지'에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기자는 <중앙일보>의 이 기사를 두 손 들고 환영한다. 강준만 교수가 지적했듯이 영-호남의 극심한 풀뿌리 지역감정도 알고 보면 서울 공화국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영남과 호남을 오고 갈 일이 없는 양 지역 주민들이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경쟁 상대로 만나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뿐인가? 서울은 또 서울대로 과포화에 따른 온갖 불편과 공해를 감수해야 하니 결국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다.

그러니 지방 주민들은 <중앙일보>같은 '중앙지'가 지방민의 아픔을 친절하게 어루만져 주니 감읍해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까? 기자에게 아이러니로 느껴지는 것은 심지어 지방주민의 문제조차 서울의 '중앙지'에서 다루기 전까지는 도대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국의 이상한 여론형성구조다.

지방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큰 병에 걸렸다 싶으면 대뜸 서울의 큰 병원부터 찾아간다. 물론 서울의 최신 대형 병원들이 시설이 훌륭하고 의료진도 탁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방 대도시의 종합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별로 심각하지도 않은 환자까지 습관적으로 서울로 향하는 기이한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객관적 타당성을 훨씬 넘어서는 심리적 서울 의존현상은 바로 <중앙일보>같은 '중앙지'가 조장한다는 것이 기자의 관찰이다. 말 그대로 '중앙지'라면 서울과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배달 역시 수도권에만 한정되어야 마땅하겠으나 제주도의 시골 읍면까지 '중앙지'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고 심지어 미국의 교포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중앙일보>같은 '중앙지'에 의학상식을 연재하거나 의료상담을 하는 의사들은 당연히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소속이다. 이러니 이런 신문을 읽은 지방 주민들이 서울의 병원을 선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단지 의료문제 뿐만이 아니다. 교육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중앙지에 언급되는 대학의 서열이 어떤지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고, 외국 한 번 나가기 위해 지방공항의 국제선을 외면하고 서울의 인천공항까지 부득불 올라가라고 부추기는 것이며, 심지어 날씨와 교통정보마저 서울 소식을 먼저 듣는 것이 지방 주민의 현실이다.

물리적 서울 집중이 일어나기 전에는 소위 중앙 언론사들이 지방 주민의 머리 속에 심어 놓은 서울 중심 사고와 열등감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었던 것이다.

기업활동을 하는데 필수적인 돈과 시설 그리고 인재가 서울에 모두 집중돼 있는데다 '중앙지'들이 조장해 놓은 '오로지 서울' 심리마저 버티고 있다면 정부가 민간기업에게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아무리 우격다짐을 해도 따라 올 턱이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당연히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서울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안은 정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 밖에 없다. 기자는 서울 집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학교를 <국립대전대학교>로 개명하고 낙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운영에 필요한 국고 재원은 영-호남을 포함한 전 국민이 부담하는데 수도권 주민에게만 유리한 서울을 입지로 고집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서울대학교 이전 만으로도 교직원과 학생, 가족들까지 포함해 당장 10만명 이상의 서울인구가 줄어들 것이고 멀게 보면 최대 수십만명 이상의 인구 이전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부 대전 청사 이전으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중앙일보>가 수도권 편중을 염려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런 일이다.

하지만 중앙일보 경영진이 제호를 <대구중앙>이나 <광주중앙>으로 바꾸고 지방으로 먼저 내려가거나, 스스로 '중앙지'라는 위상에 걸맞게 수도권에서만 장사를 하기로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기자는 <중앙일보>의 충정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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