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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4년전, 그러니까 97년에 팝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록그룹이 있었는데 기억나세요? 바로 핸슨(Hanson)입니다. 사실 이들을 록그룹이라 하는 데 대해 무척 말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뮤직 비즈니스에 의해 키워진 상품이라느니, 록을 가장한 아이돌 밴드라느니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것을 각오하면서 90년대의 명반 대열에 핸슨의 데뷔앨범 [Middle of nowhere]를 선택한 것은 본작이야말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이돌 밴드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면서 팝적인 감각이 물씬한 상큼한 분위기의 모던록을 90년대 후반 주류 록계에 정착시켰다는 데에 있습니다. 당시 나이 16,13,11세에 불과했던 삼형제 아이작, 테일러, 재커리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죠.

97년 핸슨이 데뷔앨범을 낼 당시, 이들은 정말 실력과 행운이 동시에 겹쳐졌는데요, 이들 삼형제는 막내인 재커리가 6살때부터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앨범을 제작하며 학교 페스티벌 등을 통해 실력을 키워왔으며 데뷔작을 내기 전부터 인디레이블을 통해 두 장의 앨범을 내놓으며 인지도를 키워 왔었죠.

이렇게 해서 97년, 메이저 음반사인 머큐리(Mercury)에서 본작을 내게 되었는데 이 당시 비스티 보이스, 벡의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 더스트 브라더스, 스티브 리로니의 공동 프로듀서로 완성되어 지금 소개하는 [Middle of nowhere]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죠. 한마디로 울 나라의 붕어 댄스그룹들과는 차원이 다른, 오로지 실력으로 메이저에 입성한 애들이란 말입니다.

본작에 대한 반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첫번째 싱글 'MMMbop'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등장한지 4주만에 1위를 차지하며 음악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본작은 무려 8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게 되었죠.

저는 핸슨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함, 생동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위에 언급한 'MMMbop'을 들었을 때 말이죠. 펑키하면서 펑크(punk)적인 색채가 짙은 이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파퓰러한 록으로 지금 들어도 질리지 않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이외에도 'Thinking of you', 'Where's the love', 'With you in your dreams', 'Lucy' 등을 통해 화사한 색채가 물씬한, 흥겹고 멜로딕한 분위기의 록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들으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을 이 작품에서 여러분은 뭔가 진지함을 느끼지는 않으셨어요?

제가 갖고 있는 진지함의 기준이라는 건 음악 자체의 '생명력'이라 봅니다. 단순히 이들을 아이돌 밴드로 치부하기 이전에, 여러분들이 곡 하나하나를 씹어본다면 뭔가 일관된 흐름이 파악될 겁니다. 많은 이들이 뒤이어 등장한 또다른 형제 밴드 모팻츠와 자꾸 비교를 하는데 적어도 여기에서만큼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네요.

이처럼 제가 위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핸슨도 막상 작년에 내놓은 두번째 앨범 [This time around]에서는 아주 죽을 쑤고 말았죠. 기대가 컸었건만... 이들 형제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덧 변성기를 넘어서고 나이를 먹어서 음악도 좀 변화를 주었는데 대중들은 데뷔시절의 핸슨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핸슨 형제들도 이러한 부담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구요, 저 역시 이들의 2집을 들었을 때 내린 결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체성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데뷔시절로 이들이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평생 음악을 할 것이라면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겠죠. 90년대 명반의 대열에 감히 핸슨의 데뷔작을 고르면서 이들이 과연 잊혀져가는 형제 록그룹으로 남지 말기를 바라는 건 저만이 갖는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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