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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 집이 DSL에 접속됐습니다. 그것도 통신회사의 테크니션도 없이 우편으로 배달된 설치 키트를 제가 진땀을 흘리면서 간신히 설치했지요.

개시 기념으로 MBC 사이트에 들어가 요새 한국에서 인기 최고 '아줌마'란 드라마를 봤습니다.

사실은 제 아내가 더 애타게 DSL을 기다렸는데 바로 한국의 TV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기 위해서였지요. 지난 해 미국으로 오면서 VCR을 처분해 버렸는데 그 때 망설이던 아내를 미국에서 DSL을 설치하면 얼마든지 인터넷 동영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으니 이젠 필요없다고 설득했었습니다. 그후로 무려 1년을 저를 원망했는데 드디어 DSL이 설치되어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통신이 가장 큰 DSL 사업자라면 이 곳 캘리포니아에서는 퍼시픽 벨이란 통신회사가 최대의 사업자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무려 90%를 넘는데다 주문까지 폭주하다 보니 이 회사의 오만함이 정말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주거문화는 아파트가 아닙니다. 더구나 제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는 지진 탓에 시내의 오피스빌딩을 제외하면 한국 같은 고층아파트는 거의 없지요. 결국 설치업자 입장에서는 각 가입자마다 일일이 고속회선 공사를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급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수요는 엄청난데도 말입니다. 이러니 DSL 때문에 거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샌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에게 수신기 값만 수백불에 1년 가입비가 1천불을 호가하는 위성 인터넷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값은 비싸지만 전자상가에서 구입해 설치만 하면 바로 접속이 되니까요. 진짜 인터넷 광들은 이 접시 안테나를 자기 차에 설치해 산으로 바다로 놀러 가서도 모바일 인터넷을 즐기더군요.

서울 살 때 모 회사의 통신 기술자에게 들은 말인데 아파트 단지까지만 광케이블을 끌어 오면 각 가정까지 연결하는 건 별 일이 아니랍니다. 다시 말해 서울에선 큰 공사 한 번이면 수백, 수천가구를 손쉽게 가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에서 미국을 제칠 수 있었던 숨은 이유 중 하나라고 할까요.

어제 밤 아줌마 다섯 편을 한 번에 보느라 새벽 1시에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을 보니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달라진 것 같습니다.

DSL이 교포들에게도 보급이 되면 이 곳의 한국 비디오 대여업자들에게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까지는 비디오를 선호하지만...

이상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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