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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주류는 과연 누구인가. 이회창 총재의 '주류심판론'은 우리에게 이같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8일 서울주재 일본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정권에 대한 실험이 끝났기 때문에 2002년에는 메인 스트림(main stream)들이 현정권을 심판해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 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류심판론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한 새로운 개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총재의 주류심판론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복원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97년 대통령선거에서 DJP 지역연합으로 인해 구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중도보수표의 일부가 이탈하였고, 그 결과 한나라당은 정권을 내놓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 지지기반의 재결집을 통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 주류심판론에는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총재의 주류심판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우선 주류심판론은 우리 사회를 주류-비주류로 편가르기하는 분열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해석대로 이 총재가 말한 주류가 중도보수층을 의미한 것이라면, 거기서 탈락한 비주류는 누가 되는 것인가. 혹 우리 사회의 기득권세력은 주류로 대접하고, 우리 사회의 약자는 비주류로 내모는 가혹한 발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그같은 발상은 현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시장정책보다도 더 가혹한 고통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안겨주는 것일지 모른다. "못 가지고 힘 없는 것도 서러운데, 주류는 따로 있고 우리는 비주류일 뿐"이라는 적대의식을 부추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그 같은 주류-비주류로 양분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책임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할 말은 되지 못한다. 이제 21세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도 남북간, 지역간, 계층간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를 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보수적 유권자들에 대한 지지 호소를 좀더 멋있게 포장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라면, 공연히 '비주류'들의 심정을 건드리지 말고 그냥 "보수층이여, 나를 지지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민정당을 지지했고 민자당을 지지했던 구여권 지지층이 굳이 우리 사회 '주류'의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또 하나 드는 의문은,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회창 총재의 보수화 노선은 이제 굳어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총재의 보수심판론은 결국 구여권 지지기반의 재결집을 통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과거회귀적인 노선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담아내야 할 오늘의 시대에, 그저 구여권 지지기반의 복원이나 생각하고 있는 안이한 발상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총재 주변은 구여권을 두루 거친 인사들로 둘러싸여 있다. 과거 민정당에 몸담았고 5-6공 시절 정·관계를 두루 거친 정치인들이 그의 측근들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한나라당이 다시 민정당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총재의 주류심판론은 그런 배경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과거회귀적인 발상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이 총재가 말하는 주류는 누구이고, 거기서 배제된 비주류는 누구인가. 우리 사회 수많은 '비주류'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그 같은 분열적 사고일랑 당장에 거두어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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