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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99년 이후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오히려 주가와 금리(채권수익률)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금리와 주가의 일반적인 관계부터 보도록 하자.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는 상승하게 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식과 채권은 대체적인 투자 수단이다. 금리(채권수익률)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고 그래서 투자자는 주식을 사게 된다.

둘째,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의 수익이 증가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직접적으로 기업의 금융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금리 하락은 소비와 투자 증가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이는 기업의 매출 증대와 더불어 이익을 늘리게 한다.

셋째, 주가 결정식에서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보다 분명해진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기업수익을 적절한 할인율로 나눈 현재가치와 같게 된다. 여기서 할인율의 대용변수(proxy variable)로 채권수익률을 사용하기 때문에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면 주가는 오르게 된다.

이러한 주가와 금리의 관계가 어느 나라 증권시장에서도 대체로 적용된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는 금리와 주가의 일반적인 관계가 깨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국고채수익률(3년) 사이의 상관계수가 99년 이후 0.6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버블이 꺼지면서 90년 이후 금리와 주가가 장기에 걸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99년 이후에는 미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다음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선 경제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때 주가와 금리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보다는 주식 가격의 변동성(위험)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투자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위험을 기피하고 주식보다는 채권을 사게 된다(flight to safety). 위험이 높아질수록 투자자는 보다 안전한 채권(예를 들면 국채)을 사게 되며 더 심한 경우에는 단기 국채만을 매입하거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flight to cash). 이러한 현상은 금융시스템이 불안했던 지난 98년 8월 미국에서 있었으며 최근 우리 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될 때도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론적인 주가 결정식을 좀 더 확장해보면 주가는 기업의 수익을 금리와 기업수익증가율로 할인한 것이다(주가 = 기업수익/(금리-수익증가율). 따라서 금리가 떨어지거나 기업 수익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면 주가는 오르게 된다.

그러나 주가 결정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금리 하락 폭보다 수익증가율의 하락 폭이 더 크다면 금리가 떨어져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우리 증권시장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99년에는 금리가 올랐는데도 주가가 상승했다. 이는 금리보다도 기업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주가 결정식에 들어가는 모든 변수는 기대치이다). 그러나 2000년 들어서는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경기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거의 10년에 걸쳐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금리가 오르고 주가도 상승했다. 그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도 하락했다. 실물과 금융부문의 동시불황(복합불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금리가 올라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구조조정과 실물경제의 회복 여부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금리와 주가가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일 것인가에 있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올해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에 비해서 20년 정도 젊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금리가 올라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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