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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개혁성향 의원 10인이 모임을 갖고 공동기구 추진 문제를 논의하였다. 이미 보도된 대로 이들은 오는 14일에 30여 명이 참여하는 전체 확대회의를 갖고 공동기구의 결성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여야 개혁파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오는 14일 공동기구의 결성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던 당초 보도와는 달리, 공동기구의 성격과 명칭 등에 대해 심각한 내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의원이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조직의 성격과 명칭, 조직체계 등을 언론에 흘려 당 지도부를 불필요하게 자극한 데 대한 질책이 집중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언론에 '국회독립연대'라는 명칭과 사무총장까지 두는 조직체계가 보도되자 "딴 살림들을 차리려는 것 아니냐"는 각 당 지도부의 경계가 급속히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공동기구 결성을 위한 내부적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허약한 상태에서 강한 역풍(逆風)을 맞게 될 경우 자칫 세가 급격히 약화될 것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동기구의 추진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여야 지도부는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경우 지나친 행동은 자칫 집권당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한나라당의 경우 여권의 야당분열과 정계개편 시도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참여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집안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열리게 될 14일의 전체 모임은 공동기구의 수준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로부터의 역풍을 이겨내고 세를 불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당 지도부의 눈길을 의식하여 발길을 돌리는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될지 관심사이다.

여야의 지도부는 개혁파 의원들의 공동기구 추진에 대한 음성적인 압박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개혁파 의원들이 추진중인 공동기구는 정치적 연대가 아닌 정책적 연대를 위한 기구임을 당사자들은 분명히 하고 있다. 여야의 경계를 넘어 초당적인 논의가 필요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는 개혁파 의원들의 공동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정쟁일변도의 정치를 계속하여 정책 부재의 정치를 만들어 놓은 여야 지도부가 이들의 정책연대를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가 자신들의 위계질서에 금이 갈까 우려하여 이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국민들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개혁파 의원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각 당 지도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개혁파 모임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제까지 보아왔듯이 당 지도부와의 밀월을 즐기는 개혁파 모임이 있다면, 기존 체제의 강화를 위한 구색맞추기용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개혁의 노력이 그래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당 지도부와의 일정한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당 지도부의 견제 속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개혁파'라는 소리를 들을 가치가 있다. 그저 여건이 좋을 때만 개혁파로 이름을 올려놓았다가,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 발을 빼는 모습을 한두번 보아온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야 지도부의 견제가 강화되는 것은, 거꾸로 진정한 개혁파가 누구인지를 가려주는 과정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겠다.

한두 차례의 개혁파 모임이 열리는 것을 가지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정치의 개혁파들은 수없이 모였고 또한 수없이 공중분해되어 왔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과연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14일의 모임은 여러 가지로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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