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국으로 이민 온지 1년 3개월 만에 미국 사람을 양엄마로 받아들이고 미국 사람집에 들어와 살게 된 나는 이 집에 들어 와 살게 된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을 잘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이런 건 우리가 꼭 배워야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며칠 전부터 차에 시동을 걸면 차(87년산)에 연기가 난다고 양엄마가 걱정을 하시다가 드디어 라디에이터를 바꿨다며 2년은 더 타고 다닐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할 때 시동을 켜니 또 다시 차에 연기가 나는 것이다.

차에 대해 잘 아는 게 없는지라 이곳 저곳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엔진이 타고 있으니 운전을 하지말고 토잉을 해서 자동차 정비소에 가져가 보란다. 다행히 주말이라 출근은 안했지만 매주 일요일날 가는 하와이언 스쿨에 가는 것도 그곳 아는 사람을 통해 운전을 부탁해서 두 딸들(기미코 15, 미야꼬 10)과 같이 다녀오셨다.

당장 내일부턴 출근이 걱정인데 철없는 큰딸 기미꼬는 돈 걱정은 안하고 새차 사면 되지 않냐고 반문이다. 차가 오래되서 고장이 난 것이니 남들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그나마 이야기 할 수 있는 가족인 나와 양엄마의 큰딸에게 당장 어떻게 내일부터 출근을 할지 물어 보고 있는데 작은 딸 미야꼬가 언니에게 말을 걸어 온다.

"킴! 아빠 곧 오실꺼니까 빨리 준비해."
"미야꼬!"
역시 언니라서 그런지 기미코가 눈치를 준다.
"미야꼬, 너 오늘 엄마가 차 때문에 걱정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고 있잖아. 차가 고장이 난 건 엄마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 문젠데 계속 너 생각만 하고 있고 오늘 아침 엄마가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싫다고 너 할일만 하고. 너 남들도 생각 할 줄 알아야지."
드디어 양엄마 조지가 한마디를 한다.
그러자 곧 미야꼬의 입이 쑥 튀어나오더니 아무 말도 않는다.

한국 같으면 여기서 끝날 건데 양엄마가 미야꼬를 꼭 안아준다.
"엄마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는 엄마한테 잘 안해주는 미야꼬는 안아주고 난 안 안아주죠?"
기미꼬가 웃으며 질투를 하는 척 한다.
"엄마가 사랑하지만 잘못된 건 고쳐줘야 하기 때문에 야단치는 거야."

잘못하면 서로 맘 상하고 토라지기 쉬울 그 상황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와 따뜻한 포옹이 서로의 마음을 더 단단히 묶어 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우리 가정과 친구들의 가정을 보면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일방적으로 야단만 치는 집 또는 일방적으로 사랑만을 주는 집이 보통일 것이다.

사랑과 꾸중을 한꺼번에 주는 그런 현명한 지혜.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사랑 하기 때문에 날 야단치는 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우리들은 배워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