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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 대보름이 지나고 다시 일주일후면 발렌타인 데이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설이 지나고 보름후 맞는 대보름의 날짜에 무감각하다. 대신 해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는 고정된 기념일로 누구나 기억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그날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설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대보름이 초콜릿을 많이 팔기 위한 얄팍한 상혼에 밀려 점점 잊혀져 가는 현실을 맞았을까.

빼빼로 데이, 로즈 데이, 레터 데이, 뮤직 데이... 이러다간 일년 내내 기념일이 아닌 날이 없을 지경이다. 거기에다 발렌타인 후속 데이까지 계속 생겨나고 있다. 화이트 데이, 블랙 데이(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가 검게 탄 마음을 상징하는 자장면을 먹으면서 내년을 기약하는 날). 블랙 데이 주인공 중 1년 뒤 여전히 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가 다시 자장면 데이를 맞을까? 이때는 블루 데이(너무 슬퍼 자살을 떠올리는 날)가 온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발렌타인-화이트 데이는 일본이 정착시켰다. 이 날이 되면 일본인들은 대량으로 초콜릿을 사서 선물을 돌린다. 원래 이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의미의 상징으로 사랑처럼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대량으로 초콜릿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한다.

따라서 초콜릿을 받은 양으로 인간관계를 가늠하는 일본의 발렌타인-화이트데이는 원래 취지가 왜곡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초콜릿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기 위한 전략과 상술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통하지 않는다.

국내 백화점과 유통업체 등도 벌써부터 각종 경품과 혜택을 내걸고 발렌타인 선물 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특별히 이날을 맞아 관심있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좋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에 따라 보기 좋게 포장된 선물로 수요자들을 유혹하는 상술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왜 그날 일제히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하는가. 그날이 아니면 안되는가.

더구나 이같은 D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해 풀이 죽는 학생들을 보면 앞날이 걱정된다. 발렌타인, 화이트, 이 모든 D데이가 뚜렷한 가치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전체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듯하다. 남들이 주고 받으니 나도 주고 받는 날이 어떻게 해서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는가. 발렌타인 데이의 본래 의미도 잘 모르면서도 말이다.

발렌타인 데이(St.Valentine's Day)는 기독교 성인, Saint 발렌티누스의 축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서기 270년 2월 14일은 원정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에 반대한 사제 발렌타인이 처형된 날이다. 또 이날부터 새들이 발정(發情)을 시작한다고 하는 서양의 속설이 함께 결합한 풍습으로 발렌타인 데이를 지켜왔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부모와 자녀가 사랑의 메시지와 감사의 내용을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것이 지금은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날로 바뀌었다.

1년중 가장 큰 보름달이 점점 밝아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광명(光明)을 상징하는 뜻깊은 명절인 정월 대보름의 다채로운 행사는 사라진지 오래고 대보름의 달빛은 발렌타인 세대들이 부르는 '달빛의 노래'로 어두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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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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