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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은행은 22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은행업무에 차질을 빚어 많은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합병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합병을 거부하는 국민·주택은행은 22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주택은행 조합원 1만 5천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어 국민과 주택은행 모두 정상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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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 핵심쟁점은 단연 은행합병문제. 정부는 시너지효과를 들어 은행합병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은행합병이 정부의 잘못된 금융구조조정의 책임회피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은행합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정부와 은행,노조,학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를 비롯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은행합병은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외국인 투자가들과 해외증권사 지점장들에게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국민은행과의 합병은 한국 금융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합병이 이뤄지면 국내 금융시장내에서 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며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정부나 주택·국민은행 쪽에서는 "합병은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것"내지는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인력 감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은행합병을 통해 IT관련 중복 투자 방지 등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우량은행인 주택·국민은행간의 통합은 다른 은행의 자연스러운 통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점 때문에 22일 새벽 진행된 노정 협상에서 재경부 진념 장관과 금감위 이근영 원장은"정부는 합병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합병을 유도한 것"이라고 합병 철회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노조쪽에서는 결국 은행합병은 조직 축소를 통한 인원 축소를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과 국민은행 노조는 소매은행과 소매은행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역시너지 효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조는 은행이 합병될 경우 소매금융의 40-50%가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독과점 현상으로 인한 폐해 뿐 아니라 은행 고유업무도 변질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외국자본의 합병선호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단기간 기대심리 상승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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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 위원회 장하성(고려대 경영)교수는 "정부는 국민과 주택의 통합을 주장하지만 이를 설득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노조의 경우 물론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문제겠지만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급하게 쓸 사안이었는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장 교수는 "우선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실은행부터 처리를 하는 정공법을 택했어야 했다"며 "상대적으로 부실이 덜한 국민과 주택은행의 통합을 통해 부실은행을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방법은 여러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정부 정책방향의 잘못을 꼬집었다.

한편 서울대 정운찬(경제)교수는 은행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교수는 합병에 대해 "불량과 불량은행이 결합하면 더 불량한 은행이 나오고, 불량과 우량은행이 결합하면 불량은행이 나오고, 우량과 우량은행이 결합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우량은행이 아니라 덜 불량한 은행에 속하기 때문에 합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정교수는 현시점에서 정부가 부실은행에 대해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무리하게 은행합병을 유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부실은행에 공적자금투입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적자금은 퇴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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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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